이창용 "긴축 기조, 6개월 이상 갈 수도"

입력 2023-11-30 18:10   수정 2023-12-01 02:0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가져갈 계획”이라며 “현시점에서 생각하면 6개월 이상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정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관해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긴축 기간을 언급할 때 쓴 ‘상당 기간’ 대신 ‘충분히 장기간’이란 표현을 썼다. 한은의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7명 전원의 만장일치였다. 향후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금통위원은 없었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인상’ 고려
이 총재는 “최근 오른 물가가 향후 2~3개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동산 가격 조정과 소비 둔화 조짐 등을 보면 현재 기준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 있다고 판단한다”며 “(긴축을) 얼마나 오래 끌고 가느냐에 따라 효과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낮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1년 사이 흐름을 봤을 때는 긴축 수준”이라고 답했다.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해선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연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 파급 효과의 지속성, 향후 국제 유가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 등이 남아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두 명은 “물가뿐만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현재 수준인 연 3.5%로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금통위원은 없었다. 이 총재는 “지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한 금통위원은 해당 발언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당시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 때문에 경기가 상당히 침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현재는 그런 우려가 많이 줄어든 상태라는 것이다.
○“금리 낮춰 부양해야 할 상황 아냐”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낮춘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어 “2%대 성장률이 낮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며 “섣불리 경기 부양을 하면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등 중장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해야지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에 대해서도 ‘이르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얘기해 보면 시장이 확실히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질서있는 구조조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에 대해서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금리 부담으로 작은 기관, 건설회사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질서있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금통위는 이번 회의에서 코로나19 때 한시적으로 도입해 이날 종료 예정이던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19조원 중 9조원을 내년 6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긴축 기조로 타격이 우려되는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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