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5단독 전진우 부장판사는 최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톱텍의 전 영업부장인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른 전·현직 임직원 4명도 짧게는 징역 1년, 길게는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유출했다”며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3차원(3D) 라미네이션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로 2019년 1월 구속 기소됐다. 3D 라미네이션은 곡면으로 성형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의 가장자리를 정밀하게 붙이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에지 패널을 제조하는 데 쓰인다.
A씨는 2018년 3월 중국 업체를 소개해준 브로커 B씨와 함께 중국에 회사를 차리고 이쪽으로 톱텍의 3D 라미네이션 관련 설비 자료를 유출했다. 이 과정에서 톱텍 출신 엔지니어를 영입해 3D 라미네이션 설비 도면과 제안서까지 만들어 중국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 그는 중국 업체로부터 억대 연봉을 제안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은 재판에서 “해당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톱텍의 영업비밀일 뿐”이라며 “중국 업체와 연락한 것도 톱텍의 영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출된 기술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발주를 받은 설비와 관련이 있고, 빼돌린 자료에 삼성의 영업비밀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점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았다. 톱텍 경영진에 알리지 않은 채 중국 업체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화 내용 등도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톱텍은 이 사건 외에도 전 대표인 C씨가 형수 명의로 중국에 별도 법인을 세워 에지 패널 관련 기술을 ‘우회 수출’하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때 톱텍이 중국으로 넘긴 설비는 16대, 수출 예정인 설비는 8대, 제작 중인 설비는 12대 등으로 조사됐다. C씨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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