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0주년인 클리오가 올해 사상 최초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다. 올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성장’이라는 기록도 쓰는 중이다. 비수기로 꼽히는 2·4분기에는 실적이 소폭이라도 주춤하는 화장품업계의 오랜 관행을 깨고 있는 클리오의 올 4분기 실적도 3분기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탄탄한 색조화장품 포트폴리오와 기초화장품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두자리수 성장을 이어간다는 게 클리오의 청사진이다.
클리오는 이같은 성장세를 매년 이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장의 키워드는 ‘기초’다. 클리오의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윤성훈(사진) 부사장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내년은 ‘기초 성장의 해’라고 요약할 수 있다”며 “기초에서 제대로 자리잡는다면 연간 20%씩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마련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색조명가’로 불리는 클리오의 색조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올해부터 클리오는 본격적으로 기초 화장품 부문을 공략해왔다. 현재 클리오의 9개 화장품 브랜드의 절반 이상인 5개가 기초 브랜드일 정도로 기초에 방점이 찍혀있다. 클리오가 기초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개다. 일단 시장 규모가 색조의 두배 이상이다. 제품 단가도 높고, 회전률도 빠르다. ‘배우자는 바꿔도 기초는 안바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점도 주효했다.
유의미한 성과도 거뒀다. ‘청귤 비타C세럼’이라는 히트 제품으로 유명한 기초 브랜드 ‘구달’의 경우 3분기 기준 전년대비 120% 성장했다. 윤 부사장은 “‘색조회사’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 글로벌 종합화장품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익의 많은 부분의 기초의 연구개발(R&D)과 마케팅에 재투자해 기초에서 적어도 연간 50%, 많으면 ‘배’의 성장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클리오가 기초에 집중할 수 있는 건 색조에서는 이미 일가를 이뤘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돼기 때문이다. 쿠션·마스카라·립 등 여러 카테고리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킬러제품'를 10개 넘게 보유하고 있다. 아이라이너는 ‘킬블랙 워트프루프 펜라이너’, 쿠션은 ‘킬커버 파운웨어 쿠션’, 립은 ‘페리페라 잉크더벨벳’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뷰티 브랜드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클리오가 올리브영 합산 매출액 최대 기업으로 자리잡은 것도 탄탄한 색조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클리오가 다수의 킬러제품를 키워낼 수 있었던 건 브랜드 전체가 아닌, 카테고리 내 특정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뾰족한 마케팅 전략 덕분이다. 윤 부사장은 “기존 업체들은 여러 제품 라인업을 갖춘 ‘브랜드’ 홍보에 주력했지만, 클리오는 10년 전부터 특정 카테고리의 내의 ‘제품’에 마케팅을 집중했다”며 “요즘 고객들은 특정 브랜드로만 화장대를 채우는 게 아니라 카테고리별로 본인 취향에 맞춰 각기 다른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색조의 경우 내년에는 글로벌 확장에 주력한다. 현재 클리오·페리페라 등 대표 색조 브랜드들이 전세계 20여개국에 진출해있는데, 현지에서 유통망을 강화하며 매출 볼륨을 키울 계획이다. 글리터 전문 색조 브랜드인 ‘트윙클팝’도 내년부터 해외 무대에 데뷔한다. 수출 확대는 색조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 아마존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구달에 이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토리’도 내년부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의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조직 구조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한편 클리오는 매출 신기록을 세운 30주년을 발판 삼아 한번 더 도약하자는 의지를 담아 지난달 29일부터 성수동 사옥 인근에서 '30th 클리오 페스타 성수' 행사를 열었다. 단일 브랜드가 아닌, 전사적인 규모의 팝업스토어 행사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를 기획한 박혜준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30년간 고객과 함께 해오며 9개 화장품 브랜드가 탄생했다"며 "이번 팝업을 계기로 보다 긴 호흡으로 목표를 향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