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전통적인 바이오 대장주보다 연구·개발(R&D) 모멘텀을 보유한 제약업종, 해외 진출 모멘텀을 보유한 의료기기 업종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내년 실적 성장과 R&D모멘텀을 보유한 SK바이오팜과 HK이노엔을 추천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2024년 헬스케어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4년은 고금리 상황 지속과 바이오섹터 내 대형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그룹의 성장성 둔화가 예상된다"며 "펀더멘털 개선과 R&D 모멘텀을 보유한 제약주, 해외 진출 모멘텀을 보유한 의료기기 업종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헬스케어 업종의 투자의견은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최근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 바이오로직스가 자금조달 문제로 임상 지연이 발생한 바이오텍의 수주 감소와 글로벌 제약사의 수주 지연 등으로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전방 사업 수요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밸류에이션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리와 맞물려 있는 경쟁그룹의 실적 전망치 회복 △시장 기대치 이상의 4공장 가동률 △새로운 성장 사업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알츠하이머 치료제 분야에서의 신약 개발 확대로 항체의약품 전방 사업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항체의약품 CMO 시장에서 2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되면서 안정적인 실적 성장성은 좋은 투자 포인트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셀트리온 그룹이 제시한 셀트리온 합병 법인(셀트리온제약 제외)의 2024년 매출은 3조 5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 2000억원(영업권 상각비 4000억원 반영)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합병 법인 2024년 매출을 2조 8286억원, 영업이익 8543억원(상각비 미반영)으로 추정했다. 6000억원가량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미국 매출 추정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셀트리온이 제시한 실적 가이던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미국 바이오시밀러 기존 제품 및 신제품의 매출 성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등재 이후 유플라이마(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의 처방 속도 △짐펜트라의 PBM 등재 여부 △베그젤마(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기대 시장 점유율 5~6%, 미국 발매 순위 4번째) 확인이 중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짐펜트라는 유럽 램시마 피하주사제형(SC)보다 4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며 기존 램시마IV 투약 환자 중 10% 정도가 짐펜트라로 처방이 전환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6000억원 수준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차선호 종목으로는 종근당과 녹십자를 제시했다. 그는 "2024년에는 제약 기업 전반의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하방 경직성은 확보할 것이며 2023년 대비 2024년 가파른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SK바이오팜, 녹십자, 유한양행, HK이노엔 등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모멘텀으로는 HK이노엔의 케이캡 연장 계약 시 종근당의 2024년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녹십자는 내년 1월 13일 내로 면역글로불린 ALYGLO(IVIG-SN 10%) FDA 승인 여부가 나올 예정이다. 이밖에 유한양행, 한미약품, 동아에스티도 내년 많은 임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2024년에도 자금 조달 리스크가 낮으면서 R&D 모멘텀 있는 바이오 기업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