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 현상인 만큼 수능에서 언제든 출제될 수 있습니다. 물가 산정에 관한 방법론이 비문학 지문으로 나올 수 있고, 물가 지표의 특징과 한계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죠.
물가는 말 그대로 물건의 가격, 넓게는 서비스나 재화의 가격을 말합니다. 흔히 “물가가 너무 올랐어”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는 물건들의 값이 올랐다는 의미죠. 통상 말하는 ‘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를 뜻해요. 올해 10월 물가상승률이 3.8%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보다 3.8%가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죠. 작년에 4000원 하던 김밥이 올해 5000원(25%)이 됐는데, 무슨 3.8%냐는 겁니다. 우리가 느끼는 실제 물가와 물가 지표 간 격차가 왜 이렇게 큰지 지금부터 살펴볼게요.
물가지수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물가는 경제 전체의 총공급과 총수요의 영향을 받아요. 총수요는 통화량과 가계소득이, 총공급은 임금이나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치죠.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생산자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 수출입물가지수 등 다양한 물가지수가 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제1차 거래 단계에서 거래되는 가격 변동을 측정해요. 예를 들어 무 농사를 지은 농민이 경매시장에 넘긴 가격 등이죠. 전반적인 상품의 물가 수준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입니다. 생활물가지수는 체감 물가를 파악하기에 좀 더 용이해요. 일상생활에서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을 주로 담아 측정하죠.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지수’입니다. 쌀·달걀·배추·두부·소주 등 142개 품목을 포함해요. 총 481개 품목을 반영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범위가 작죠.
우리가 느끼는 실제 물가와 소비자물가지수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우선 품목이 많은 데다 평균을 내다 보니 변동 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요. 평균의 오류가 있는 것이죠. 산술 방식 자체도 완벽할 수 없어요. 소비자물가지수는 신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준 시점 고정 가중산술평균법을 사용해요. 이를 ‘라스파이레스 산식’이라고도 부르죠.
예를 들어 A 지역에서 쌀 10kg이 작년 10월에 평균 3만 원이었어요. 올해 10월에는 3만3000원이 됐고요. 그럼 작년 10월을 100으로 놓고 올해 물가지수는 110이 되죠. A 지역뿐 아니라 B 지역, C 지역, D 지역 등도 이런 식으로 쭉 지수를 산출해요. 그런 다음 인구나 경제력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가중치를 달리해 전체 평균을 냅니다. 이런 식으로 각 481개 품목의 평균을 내죠. 그리고 480개 물건도 그 물건의 가격이나 구입 빈도 등을 고려한 가중치를 적용해 전체 물가에 반영해요. 물건 수는 많고 평균을 내는 과정에서 가중치를 적용하다 보니 내가 실제 구매하는 물건의 가격변동이 지표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죠.
물가는 중요한 경제지표인 만큼 각국 중앙은행이 매번 주시하고 관리하려고 해요. 이를 ‘물가안정목표제’라고 하죠. 예를 들어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 2%를 물가 목푯값으로 설정합니다. 물가가 너무 낮으면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할 수 있고, 물가가 너무 높으면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민생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죠.
목표한 물가지수를 맞추기 위해 중앙은행은 통화량, 금리, 환율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요. 그중 대표적인 게 기준금리입니다. 금리를 높이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유통량)이 줄어들면서 돈이 귀해지겠죠? 그럼 돈의 값어치가 높아지면서 물가 억제 효과가 커져요. 반대로 돈을 마구 풀면 돈이 흔해지니 그만큼 물가가 오르겠죠. 경제가 어려운 신흥국에서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폭등하는 것도 그만큼 돈의 가치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왜 중앙은행이 직접 가격을 통제하지 않고 이처럼 간접적인 방법을 통할까요? 그건 가격을 통제해 물가를 조정했을 때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가격을 직접 통제하면 시장의 수요·공급 능력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오히려 물가가 더 급등하거나 관련 산업이 무너지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게 수많은 역사적 사례로 확인됐죠. 그리하여 물가는 관리의 대상이지 통제의 대상은 아니라는 논리가 정설이 된 것입니다.
고윤상 기자
2.물가 지표가 체감 물가와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3. 각국은 물가 관리를 위해 어떤 수단을 쓸까?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