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종로에서 한판 붙자"고 말했다. 최근 총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임 전 실장은 하 의원과 함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간부 출신이다.
하 의원은 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같은 학번, 같은 학생운동 출신인 저와 임 실장이 붙으면 굉장히 의미가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임 전 실장이 '종로'를 출마 1순위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종석아, 종로에서 한판 붙자'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모두 86학번으로, 민족해방(NL) 주사파 성향인 전대협에서 활동한 바 있다. 주사파는 1980년 중반 학생 운동권의 일파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 지침으로 삼았다. 하 의원은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를 지냈고, 임 전 실장은 전대협 3기 의장이었다.
대표적인 '전향 주사파'로 꼽히는 하 의원은 "같은 학번이고 같은 학생운동 출신이고 국회 들어오기 전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한 적도 있는데 정치를 시작하면서는 서로 다른 길을 오지 않았나"라며 "우리 세대가 우리 사회의 중추가 돼 있는데 한번 평가받아보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어느 한쪽이 틀린다고 할 순 없지만 누가 상대적으로 더 옳았나, 대한민국에 누가 더 크게 기여했나 그리고 앞으로 누구의 길이 더 옳은가에 대해 우리 사회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앞서 지난달 27일 하 의원의 종로 출마 선언에 관해 "종로는 주사파 출신이 갈 곳이 아니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홍 시장은 "종로는 아직도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곳인데, 출마는 자유지만 착각이 도를 넘는다"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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