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겪은 글로벌 소비자들의 뷰티 소비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제품 성분을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고,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상품을 찾는다는 분석이다. 화장하는 남성이 늘면서 글로벌 남성 뷰티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가 바뀐 만큼 뷰티 기업들의 소비자 공략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후 양 유로모니터 헬스&뷰티 인사이트 연구원(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최근 1~2년 사이에 뷰티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며 “뷰티가 웰니스, 헬스 등 건강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후 양 연구원은 유로모니터 뷰티&헬스 부문 전문가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헬스&뷰티 산업 동향과 아시아 지역 트렌드 전반을 분석한다. 도출한 인사이트를 주요 글로벌 뷰티 기업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후 양 연구원이 바라본 뷰티 시장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뷰티와 건강의 경계선이 흐려진 것이 가장 크다. 코로나19로 자신의 건강과 위생을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화장품 성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후 양 연구원은 “제약회사가 뷰티상품을 론칭하고 소비자들이 더마 화장품을 찾는 동시에 영양제 카테고리에서도 뷰티 성능을 갖고 있다고 고시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글로벌 경기침체, 물가 상승으로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 그를 증명한다.
뷰티상품에도 소비자의 정치적·사회적 신념이 반영되는 트렌드도 관찰된다. 후 양 연구원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자국 로컬 브랜드를 선호하면서 ‘C뷰티’(중국), ‘타이뷰티’(태국)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내 색조화장품 매출 중 중국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4%에서 지난해 26%로 상승했다. 플로라시스, 프로야 등의 브랜드가 현지에서 인기다.
후 양 연구원은 “기존 카테고리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새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마스크 착용 해제 이후 립케어 시장을 개척한 LG생활건강(립세린)과 아모레퍼시픽(라네즈 립슬리핑마스크)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화장품 브랜드들은 ‘지속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들은 윤리적 생산, 친환경 유통 여부를 따져 구매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에서는 ‘안티에이징’ 대신 ‘슬로에이징’, ‘화이트닝’ 대신 ‘브라이트닝’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등 다양성을 고려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플루언서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되는 만큼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의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후 양 연구원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약진하면서 지금은 혼자서도 뷰티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산업이 성장했다”며 “혁신적 제품, 빠른 납품속도 등을 바탕으로 한국 OEM·ODM 회사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피부 관리는 한국이 1인당 소비 금액 1위 국가로 집계됐다. 작년 기준 한국 스킨케어 시장 규모는 4억9629억달러로 중국에 이은 세계 2위다. 미국(4억7230만달러)보다 시장 규모가 크다.
후 양 연구원은 “Z세대 이후 남성 소비자들은 SNS의 영향을 받아 샴푸, 컨디셔너, 토너, 크림 등 구매 제품 종류가 다양해졌다”며 “더 많은 제품 더 비싼 제품을 소비하기 때문에 향후 남성 뷰티 시장을 이끌 주요 주체”라고 분석했다. 유로모니터는 프리미엄 남성 스킨케어와 프리미엄 남성 향수 시장이 2022년부터 2027년 까지 연평균 3%의 성장률을 보일것으로 예상했다.
한경제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