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1일 17: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빌딩 대주단과 현상유지(스탠드스틸) 계약을 체결해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3개월간 연장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트리아논 건물을 매입할 때 자금을 빌렸던 해외 대주단 8곳과 협상해 현상유지 계약을 체결했다.
현상유지 계약은 EOD을 선언하지 않고 기존 대출 계약을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것을 말한다. 트리아논의 기존 대출 만기일은 지난달 30일이었으나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시간을 벌었다. 진행 상황과 계약 조건 등에 따라 대주단이 중도에 조기 계약 해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번 현상유지 계약 체결로 트리아논 빌딩은 당분간 EOD 위기를 면하게 됐다. 이지스운용이 기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EOD가 발생했다면 트리아논 빌딩에 대한 처분 권한은 대주단에 넘어간다. 대주단이 건물을 처분하면 가격과 상관없이 자사 대출금 회수에 초점을 맞춰,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지스운용은 2018년 10월 펀드를 설정해 국내 공·사모 방식으로 약 3750억원을 모집했다. 이중 공모 펀드로 1900억원을 조달했다. 이지스운용은 조달한 금액과 현지 대출을 더해 트리아논 빌딩을 펀드에 편입했다.
트리아논 펀드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빌딩의 60%를 차지하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2020년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며 시작됐다. 이에 따라 자산 가치 하락이 이뤄졌고 2021년 말 감정 평가 결과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져 '캐시트랩'이 발동됐다. 캐시트랩이란 자산 가치 하락으로 LTV가 일정 수준(약 65%) 이상 오르면 임대수익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트리아논 빌딩은 이후에도 자산가치 하락이 지속돼 LTV가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EOD 사유인 LTV 70%를 초과했고 캐시트랩 자금으로 급한 불을 껐다. 지난해 말 기준 LTV는 EOD 사유에 살짝 못 미치는 69.1%다. 이후 대주단 차환이 성사되지 않아 이지스운용은 지난 7월 펀드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 10월엔 수익자총회에서 펀드 만기를 2년 연장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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