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미 달러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밀레이가 완전히 파기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정황상 밀레이가 달러라이제이션을 바로 시작할 용기는 없어 보인다.
아르헨티나가 세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수십 년 동안 포퓰리즘을 지탱하기 위해 세입을 초과하는 지출을 해 왔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 정부는 중앙은행에 페소화를 찍어내라고 압박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정치인의 탐욕 앞에서 무력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가격과 자본을 통제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만만치 않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순외환보유액은 마이너스(-)라 기업이 무역에 필요로 하는 달러를 내줄 능력이 없다. 정부는 파산 상태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달러를 통화로 채택하고 경제 개혁을 한다고 해서 바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아르헨티나는 고통스러운 변화에 직면했다. 그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도 지키는 게 밀레이에게는 최선이다. 점진적으로 통화를 평가절하해 고정환율제를 끝내고, 자본 통제를 해제한다면 여파가 덜할 것이다. 다만 여러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일단은 무분별한 통화 발행이 불가능하게끔 통제하는 게 아르헨티나에 최우선 과제다. 아르헨티나에는 경화(hard currency: 환 관리를 받지 않고 금 또는 외환과 늘 교환할 수 있는 화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Argentina’s Big Dollarization Risk’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