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北·中 인권유린 외면한 의원 6인

입력 2023-12-01 17:47   수정 2023-12-02 00:41

북한 주민들이 휴전선 대신 중국 쪽으로 대거 탈북하기 시작한 것은 식량난이 심각해진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 정치적·개인적인 문제였던 탈북 동기도 ‘살기 위해서’로 바뀌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는 북동쪽의 두만강이다. 수심이 얕고 강폭이 좁은 데다 겨울엔 얼어서 건너기가 쉽다. 하지만 곳곳에 깔린 북한 병사들의 눈을 피해야 한다. 압록강 쪽은 수심이 깊고 강폭이 넓은 데다 경비마저 삼엄해 도강 자체가 쉽지 않다.

목숨을 걸고 탈북에 성공해도 새로운 고난이 시작된다. 밀입국자, 불법체류자 신분인지라 노동력 착취와 폭력, 인신매매와 성매매, 중국 남성과의 강제 결혼 등 인권유린을 당하기 십상이다. 지난 4월 국제인권연맹(FIDH)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자는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여성이다. 2003년 이후 강제 북송된 8125건 중 74%(6036건)가 여성이다. 중국 당국은 탈북민을 난민이 아니라 ‘불법 이민자’로 규정해 강제 송환하고 있는데, ‘공화국 배반자’로 낙인찍힌 이들을 기다리는 건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교도소와 정치범수용소 등에서의 강제노동과 가혹한 고문은 일상이고, 즉결 처형·공개 처형도 다반사다.

중국은 지난달 초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구금 중이던 탈북민 약 600명을 기습적으로 북한에 강제 송환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따르면 중국에는 2000여 명의 탈북민이 구금돼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북한 내 대규모 인권 침해에 대한 증거가 없어 유엔 난민협약, 고문방지협약을 적용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국회가 그제 ‘중국의 북한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재적 260명 중 7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민형배 백혜련 신정훈,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정의당 강은미, 진보당 강성희 의원 등이다. 백 의원은 “전자투표기 오류로 기권 처리됐다”며 뒤늦게나마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뭔가. 북한과 중국의 심각한 인권유린에 동조한다는 건가.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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