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탈북에 성공해도 새로운 고난이 시작된다. 밀입국자, 불법체류자 신분인지라 노동력 착취와 폭력, 인신매매와 성매매, 중국 남성과의 강제 결혼 등 인권유린을 당하기 십상이다. 지난 4월 국제인권연맹(FIDH)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자는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여성이다. 2003년 이후 강제 북송된 8125건 중 74%(6036건)가 여성이다. 중국 당국은 탈북민을 난민이 아니라 ‘불법 이민자’로 규정해 강제 송환하고 있는데, ‘공화국 배반자’로 낙인찍힌 이들을 기다리는 건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교도소와 정치범수용소 등에서의 강제노동과 가혹한 고문은 일상이고, 즉결 처형·공개 처형도 다반사다.
중국은 지난달 초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구금 중이던 탈북민 약 600명을 기습적으로 북한에 강제 송환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따르면 중국에는 2000여 명의 탈북민이 구금돼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북한 내 대규모 인권 침해에 대한 증거가 없어 유엔 난민협약, 고문방지협약을 적용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국회가 그제 ‘중국의 북한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재적 260명 중 7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민형배 백혜련 신정훈,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정의당 강은미, 진보당 강성희 의원 등이다. 백 의원은 “전자투표기 오류로 기권 처리됐다”며 뒤늦게나마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뭔가. 북한과 중국의 심각한 인권유린에 동조한다는 건가.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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