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과가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현대자동차그룹 투자 펀드는 시장 대비 높은 성과를 거뒀다. LG그룹과 롯데그룹 투자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펀드 수익률 ‘최고’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은 올 들어 이날까지 22.19% 올랐다. 기아(투자 비중 25.08%) 현대차(23.3%) 현대모비스(16.18%) 현대제철(11.16%) 등을 담고 있다. 현대차그룹 종목에 주로 투자하면서 HD현대 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그룹 종목도 추가로 담는 공모펀드인 ‘현대현대그룹플러스분할매수 목표전환형’도 같은 기간 21.71% 상승했다.
이런 수익률은 코스피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률(9.85%)을 크게 앞선 것이다. 현대차그룹 펀드는 현재 출시된 6대 대기업 그룹 펀드 중 올해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 기아 등의 실적 개선, 전기차 시장에서의 선전 등이 점진적으로 주가에 반영된 영향이란 분석이다.
SK와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펀드도 대부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SK하이닉스(투자 비중 24.47%) SK이노베이션(15.75%) SK텔레콤(15.14%) 등을 담고 있는 ‘KOSEF SK그룹대표주’ ETF는 올 들어 이날까지 18.28% 올랐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 고배당주로 주목받은 SK텔레콤 등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 ETF와 ‘한국투자삼성그룹’ 펀드도 같은 기간 각각 13.74%, 12.7% 상승했다. 다른 계열사 주가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반등하며 삼성그룹주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 펀드는 코스피 대비 부진
반면 LG와 롯데그룹에 투자하는 펀드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TIGER LG그룹+펀더멘털’ ETF는 올해 5.99% 하락했다. ETF 내 비중이 높은 LG화학이 2차전지 부문 실적 악화 등으로 하반기 들어 30% 넘게 떨어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 LG유플러스도 주가가 하락했다. 그나마 LG전자가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주가가 올랐다.‘하나롯데그룹주’ 펀드도 올 들어 4.55% 떨어졌다. 성장동력 불확실성 등으로 롯데정밀화학 롯데웰푸드 롯데쇼핑 롯데칠성 등이 모두 코스피지수보다 ‘언더퍼폼’(수익률 하회)하면서 그룹주 펀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0월 신규 상장한 포스코그룹 펀드인 ‘ACE 포스코그룹포커스’ ETF도 하락세를 보였다. 약 두 달 사이 가격이 10.85% 떨어졌다.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관련 종목이 크게 떨어진 결과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전통 산업 위주인 그룹 펀드보다는 성장 산업 비중이 높거나 업종 분산이 잘 된 그룹 펀드가 중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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