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예산안 협상은 잠정 중단됐다.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난달 27일부터 간사 간 협의체인 소소위를 가동하며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예결위 활동 기한인 지난달 30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예결위 관계자는 “증액 총액은 어느 정도 합의가 됐지만 어떤 사업 예산을 늘릴지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각 상임위에서 감액된 예산 중 어떤 부분을 되살릴지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합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야는 원자력 발전, 검찰 특수활동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등을 놓고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민주당이 각 상임위에서 일방적으로 삭감한 예산안이다. 정부 반대에도 민주당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7053억원을 증액한 지역화폐 예산을 두고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한 과학 연구개발(R&D) 예산(1조5000억원)과 ‘3만원 청년패스’ 예산(2923억원)도 쟁점거리다.
국민의힘 내에선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놓고 대야 투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안을 밀어붙인 만큼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예산안 협상에서 양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예산 협상에서 민주당이 성과를 낼 경우 내년 4월 총선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만큼 요구를 쉽사리 받아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상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예산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 빨리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이 있고 입장 차이가 확연한 사안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협상 표류로 예산안 심사는 또다시 법정 기한을 넘기게 됐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통과 이후 여야가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2014년과 2020년 두 번뿐이다. 지난해에는 12월 22일 예산안이 통과돼 ‘최장 지각 처리’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국회법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은 이날 정부 원안대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다만 여야는 부의안을 상정하지 않은 채 협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이 최종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예산 합의 시점이 이달 중순을 넘길 분위기”라고 전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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