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동 특화 서비스’가 인터넷TV(IPTV) 사업자의 핵심 경쟁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자녀에게 보여줄 만한 콘텐츠를 찾는 3040 부모 세대를 겨냥해서다. 학습과 재미를 모두 갖춘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를 다양화하는가 하면 교육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평소 TV를 안 보지만 키즈 콘텐츠 때문에 IPTV에 가입했다”는 팬층도 생겨나고 있다.
○챗GPT 활용 영어회화도
5일 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3대 IPTV 사업자는 최근 유·아동 특화 서비스 개발 및 고도화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KT는 ‘지니TV 키즈랜드’, SK브로드밴드는 ‘잼’(ZEM),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라는 자체 유·아동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3사 모두 올 하반기 새로운 서비스를 여럿 내놨다.인기 캐릭터 ‘핑크퐁’과 손잡은 KT가 대표적이다. KT는 더핑크퐁컴퍼니와 협력해 지난 10월부터 지니TV 키즈랜드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핑크퐁 한글 놀이터’를 선보였다. 핑크퐁 한글 놀이터는 한글을 익히고 문해력을 기르는 것을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KT IPTV 가입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총 60편에 달하는 ‘한글 깨치기 프로젝트’로, 2~7세가 주요 대상이다. 영유아에게 친근한 핑크퐁과 어린이 MC가 주제별 상황극을 진행해 흥미를 더했다. 콘텐츠 구성 및 감수는 이순영 에디슨 육아연구소장이 맡았다. 이 소장은 EBS ‘딩동댕유치원’, ‘방귀대장 뿡뿡이’, ‘한글이 야호’, ‘한글친구 아라차’ 등 다양한 유아 프로그램을 기획 및 자문한 경험이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23일 IPTV 키즈 서비스 ‘B tv 잼’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접목해 무료 영어회화 서비스를 강화했다. AI 캐릭터와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살아있는 영어’라는 프로그램을 한층 고도화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아동이 질문하면 챗GPT가 정제한 답변을 캐릭터의 목소리로 변환해 답변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아동의 발화 수준에 맞춘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고, 아동이 원하는 만큼 대화가 가능한 게 장점”이라며 “맥락에 어긋난 질문을 해도 AI 캐릭터가 유연하게 답변한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향후 챗GPT와 함께할 수 있는 퀴즈와 알파벳 게임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IPTV 콘텐츠 중심이었던 아이들나라의 기존 유·아동 교육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넓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아이들나라와 연계한 실물 교재·교구를 선보였다. 유·아동이 선호하는 셀럽이나 트렌드 등을 연구하며 관련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아이들나라의 특징 중 하나인 도서 열람 서비스도 확대한다.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에서 제공하는 만 2~8세용 도서를 2026년까지 1만 권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지난 3일 발표했다. 현재 제공 중인 도서(4000여 권)의 2.5배 수준으로 늘려 ‘디지털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IPTV 선택 기준으로 급부상
유·아동 특화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 및 확산에 IPTV 시장의 핵심 먹거리였던 주문형비디오(VOD) 사업이 주춤해진 여파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더 이상 VOD 서비스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자 IPTV 가입자를 유인할 다른 방안으로 유·아동 특화 서비스를 눈여겨본 것이다.업계 관계자는 “자녀 학습이나 정서 관리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지가 IPTV를 고르는 중요 기준으로 꼽히고 있다”며 “곁들이는 서비스 정도로 여기던 도입 초기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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