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종사자 10명 중 7명 이상 꼴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참는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을 설문한 결과 공공기관 종사자 중 31.6%가 괴롭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3일 밝혔다.
특히 이 중 72.7%는 대응 방식으로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를 택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민간기업 종사자 응답률(51.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단체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묵인하는 배경에는 정부가 '공무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유지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러한 정부의 해석은 '특별히 정한 규정이 없는 경우 공무원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고도 지적했다.
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해 2018년부터 올 6월까지 공무원 자살 순직 청구 건수는 107건에 달한다고 밝히며 "정부가 공공기관 내 직장 내 괴롭힘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1년 대전시청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사회적 공분이 일자 공무원 징계령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처벌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여전히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인 경우나 신고 사건에 대한 조치 의무 위반 시 과태료를 처벌하는 조항 등이 공무원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단체는 또 공공기관의 경우 공무원, 공무직, 용역업체 또는 위탁기관 소속 노동자 등 다양한 고용 형태를 가진 이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아 괴롭힘 사건 법 적용에 있어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민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위계질서가 강한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소속이 다른 노동자 간 발생하는 괴롭힘 사건 처리 과정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공무원에게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위해 '공무원 직장갑질 50문 50답' 보고서를 제작해 단체 홈페이지 또는 블로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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