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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이 창궐하며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로스 다우댓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한국은 소멸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선진국이 떠안은 인구 감소 문제에 있어 한국은 대표 연구 대상이다"라며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르게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은 전염병으로 인해 인구의 50~60%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대 간 인구 감소와 전염병에 의한 인구 감소를 직접적으로 대조할 순 없지만 한국 인구 감소세가 극단적으로 줄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우댓이 이런 진단을 내린 배경엔 올해 3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있다. 통계청은 지난달 29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에 비해 0.1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3분기 출생아 수는 5만 679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381명(11.5%) 줄었다. 다우댓은 한국 통계청 수치를 인용하면서 "이 정도 수준의 출산율이 계속되면 한 세대만 지나도 인구 200명은 70명으로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다우댓은 "이 추세가 유지되며 한 세대가 더 지나면 원래 200명이던 인구는 25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에 나오는 슈퍼 독감에 의한 인구 붕괴 수준에 다다르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우댓은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실제 수 십년간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다만 다우댓은 "2067년까지 인구가 3500만명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한국 통계청의 인구추계(저위 추계 시나리오 기준)를 감안하면, 한국이 위기에 빠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치다"라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사회 붕괴도 거론했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노인 세대는 방치되고 도시가 황폐해지는 유령 도시 현상이 확산할 것이란 관측이다. 고령층 부양에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가 한국을 떠나 이민 행렬에 합류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또 다우댓은 "한국이 유능한 야전군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현재 출산율 1.8명을 기록하고 있는 북한이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우댓은 한국 인구가 감소한 원인으로 '입시경쟁' 문화를 지목했다. 다우댓은 "독특하고 잔혹한 학업 경쟁 문화가 저출산 원인으로 꼽힌다"며 "이런 경쟁 문화가 정규 교육에 학원을 얹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행을 부추기며 가정생활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우댓은 또 다른 저출산 원인으로는 사회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한국의 혼외 출산율이 낮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보수적인 한국 사회와 여성주의가 맞부딪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여성주의에 반발한 남성들이 반(反) 페미니즘을 앞세우며 남녀 간 갈등이 심화했다는 설명이다. 다우댓은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온라인 게임 등 가상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어 이성 관계와 더 멀어지는 현상도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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