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왔다. 연재하던 칼럼도 좀 쉬고, 술 약속도 한 달에 20번으로 줄여서(?) 시간이 좀 날 줄만 알았다. 근데 웬걸. 핸디 귀신처럼 숨어 있던 출장과 강연으로 나의 수면 부족은 바뀌지 않고 있다. 귀찮은 일들은 거절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항상 환영하는 것이 있으니 이른바 임직원 교육 요청이다. 필자의 짧은 강연 인생 경험상, 임직원 교육을 요청하는 기업들은 늘 그 주가가 3~5년 뒤에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사람에게 투자하려는 오너와 그에 부응하는 임직원이야말로 돈이 굴러들어오게 하는 기초 비법 중 하나다. 자, 배움이 돈이다. 배워야 번다! 그럼 어떻게 배워야 하나?
필자도 바이오 섹터에 투자하겠답시고 내 돈 몇천만원을 내고 대학원도 다녔고, 상장시킨 회사의 주가를 이해할 길이 없어 몇백만원을 내고 몇 달간 ‘투자 전문가’의 수업도 들었다. 투자사에서 e커머스를 시작하려고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스토어 운영 수업도 들었고, 환율로 출렁이는 실적을 개선해보겠다고 외환 투자 수업도 들었다. 타이거 우즈도 골프코치를 두는데, 언더도 못 치는 우리 평민들이 셀프 레슨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빡빡한 일정 사이로 일부러 몇 달간 시간을 빼고, 또 사비를 들여 배움의 길을 걷는 게 처음에는 아주 괴롭지만, 이렇게 내 돈 내 시간을 들여야 진짜배기 공부가 된다. 공짜로 주워들은 걸로 내 돈, 남의 돈,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코미디다.
(2) 지식만큼 중요한 게 네트워크다
수업이나 과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이 배운 동기들, 그리고 가르침을 주는 사부님들과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중년의 우리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경험이다. 책으로 기초를 다지고, 동료 전문가들 혹은 전문가 지망생들에게 진짜 전문가를 소개받고, 언제든 물어볼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식의 창구다. 바이오 과정을 6개월 공부한 필자도, 사실 내용은 다 까먹었다. 그렇지만 이제 바이오 전문 ‘구라쟁이’들을 구분해낼 수 있는 든든한 원우들이 있다!
(3) 반드시 실행하라
귀로 들은 지식의 효용 가치는 맥줏집 노가리 안주 정도다. 내 손으로 직접 구워봐야 비로소 쥐포와 노가리, 먹태 간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실행하지 않는 배움은 지적 자기애(intellectual masturbation)일뿐더러 그 휘발성이 매우 강하다.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경매건 일단 배웠으면 작게나마 직접 해보라. 필자도 비트코인과 러시아 펀드의 -30% 손실이 아프지만 지금의 나는 4년 전의 나보다 더 나은 투자자가 돼 있다.
투자를 하다 보면 당연히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멈추면 나의 잃어버린 러시아 펀드는 아무런 존재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내 잘못을 복기하고, 다시 도전하라. 해외 주식이 아니면 부동산, 채권, 코스피200 레버리지, 그게 아니면 금이라도 멈추지 않고 도전해보라. 여기서 좌절하면 나는 ‘멈추고 포기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2) 재미없는 걸 억지로 하지 마라
뭐든 배우라고 한다고 해서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투자의 세계만 해도 벤처, 사모주식, 상장주식, 채권, 선물 옵션, 가상자산, 부동산, 외환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아예 투자가 적성에 안 맞으면 사업을 배워도 된다. 유튜브든 웹소설이든 사진이든 뭐든 재미있는 걸 찾아서 해보라. 재미없는 걸 억지로 하면 반드시 지치고, 대충 하게 되고, 실수하고, 종종 돌이킬 수 없게 된다.
(3) 평생 가업을 찾지 말라
평생 가업이란 없다. 30년 전, 아니 10년 전 유망했던 기술, 사업, 학문 중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10년 동안도 유효할 것을 지금 찾아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게 눈에 보이면 주식을 사서 묻어두고, 지금의 나는 차라리 짧고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세우자(1년 안에 백돌이 깨기, 채권으로 100만원 벌기 등). 이도 저도 모르겠다면 지금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인공지능, 중국-미국, 반도체, 이자율-환율 관계 등등) 보다 근본적인 것에 대해 배우자. 그래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되는 어떤 것을 찾아낼 때,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배움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할지, 아니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투자의 최전선에서 필자가 느끼고 있는 인공지능의 영향은 생각보다 무섭고 빠르다. 이렇게 다가오는 기술과의 경쟁에서 우리 인류가 승리, 아니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배우는 것이다. 내가 배움을 습관화할 때 변화가 무섭지 않다. 배우자, 지금 당장. 100세 시대에 내가 조직 없이 두 발로 혼자 설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마지막 30년이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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