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강자 박민지(25)가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정조준한다. 내년 상반기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내년 주요 해외 대회에 출전해 우승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민지는 지난달 12일 끝난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대회를 끝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올림픽은 모든 선수의 꿈”이라며 “내년 상반기 최대한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골프는 나라별로 2명씩 출전할 수 있다. 다만 내년 6월 24일 기준으로 세계랭킹 상위 15위 안에 든 선수가 많은 나라는 최대 4명까지 내보낼 수 있다. 3일 현재 세계랭킹 상위 15위 안에 이름을 올린 한국 선수는 고진영(6위), 김효주(7위), 신지애(15위) 등 3명이다.
박민지의 세계랭킹은 32위. 올림픽 출전을 낙관하기엔 어려운 순위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야 기대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선수로서 올림픽 출전은 꼭 잡고 싶은 기회로 최선을 다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민지는 KLPGA투어 최강자다. 통산 18승을 올린 그는 3승을 추가하면 통산 20승의 고(故) 구옥희와 신지애를 넘어선다. 통산 최고 상금에서도 1위 장하나(31·57억6763만5544원)를 7800여만원 차로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2승, 상금 랭킹 12위로 “박민지의 성적으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과 지난해 각각 6승을 거두며 2년 연속 상금왕을 휩쓴 기세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박민지는 “제 마음가짐이 달라진 탓”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많은 것을 이루면서 골프 외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졌다”며 “골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면서 나태해졌다”고 신랄한 평가를 내놨다.
그래도 올해 귀한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바로 건강이다. 박민지는 올 하반기 3차 신경계 통증을 겪다가 10월 중순부터 3주간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 시즌 막바지로 상금과 대상 경쟁에 박차를 가하는 때지만 박민지는 건강 회복에 집중해야 했다. 그는 “아프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며 “그래도 시즌 최종전까지 건강하게 마무리한 저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 자신에게 채찍질만 해 왔는데 ‘수고했다’고 달래주고 싶은 의미”라고 덧붙였다.
투어 활동을 쉬면서 스스로를 반추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프로에 도전하는 어린 선수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9시간 연습하는 모습을 봤다”며 “루키들도 경기를 마치고 늦게까지 퍼팅 그린을 떠나지 않더라. 그들보다 연습량이 적은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내년에 ‘루키의 자세’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위해 동계훈련 계획도 바꿨다. 매년 미국에서 두 달가량 전지훈련을 했지만 이번에는 내년 1월까지 국내에서 체력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즌 개막을 앞둔 내년 2월 태국으로 가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민지는 “지난겨울에는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시즌이 시작되자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며 “최고의 몸 상태로 시즌을 맞기 위해 올해 동계훈련 계획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파리 올림픽 도전과 함께 KLPGA투어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목표다. 그는 “내년에는 3승을 더 보태 신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LPGA투어 진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제 비거리로는 LPGA투어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기 어렵다”며 “거기서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가겠다”고 말했다.
춘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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