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에서 한국과 네덜란드는 선두를 지키겠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어 많은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네덜란드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한국의 원전 기술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커 브라윈스 슬로트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은 헤이그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국과 네덜란드가 수교한 이후 한국 대통령의 첫 국빈방문을 계기로 두 나라가 무역, 국방과 안보, 인적 교류에서 더 긴밀해지길 희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초청을 받아 오는 11~14일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한다. 한국과 네덜란드가 1961년 수교한 이후 한국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1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두 나라는 올 2월엔 ‘군사적 영역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AI)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를 공동 개최했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국가로 꼽힌다. 브라윈스 슬로트 장관은 “한국은 네덜란드의 반도체산업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양국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R&D)과 인력 관리 등에서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 국빈방문 기간에 반도체산업 기술 및 인력 교류 강화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며 “양국이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정부 간 실무그룹을 구성해 반도체산업 육성 및 투자와 관련한 논의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제조하는 ASML,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 NXP 등을 보유한 유럽의 반도체 강국이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ASML 본사를 찾아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혁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ASML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브라윈스 슬로트 장관은 “안보문제를 감안해 동참하기로 했고, 이와 동시에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40년까지 신규 원자력발전소 두 곳을 건설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가 협력 후보다. 브라윈스 슬로트 장관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보여준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서유럽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부산을 공개 지지한 첫 국가다. 브라윈스 슬로트 장관은 “양국 관계가 발전하는 상황에서 부산을 지지한 건 당연한 일”이라며 “부산의 제안이 네덜란드의 생각과 일치해 부산이 최적의 개최지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기술과 혁신으로 경제 강국이 된 나라로, 동아시아에서 네덜란드의 주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브라윈스 슬로트 장관은 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단기간에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며 “양국은 서로 공유할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늘어나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도 설명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8일 진행됐고, 네덜란드 측과의 협의에 따라 4일자로 게재한다.
헤이그=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