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차, 28세 남지현이 밝힌 30대의 목표 [인터뷰+]

입력 2023-12-04 09:14   수정 2023-12-04 09:15



"10대들이 나오고 마약을 소재로 하는 얘기잖아요. 절대 해피엔딩이면 안 된다고, 수영이는 꼭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U+모바일tv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쿠키'를 마친 후 마주한 배우 남지현의 소신이었다. 그러면서 "결론에 대해 이렇게 의견이 엇갈릴지 몰랐다"며 "저는 수영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며 "레시피만 알면 회장님이 수영이를 살려둘 이유가 없기 때문에, 수영을 죽이고, 레시피를 빼앗고, 재판매를 한 게 아닐까 해석했다"고 말했다.

'하이쿠키'는 한 입만 먹어도 욕망을 실현해 주는 의문의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삼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약이 든 쿠키를 먹은 사람들이 각자의 욕망을 보며, 그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않기 위해 또다시 쿠키를 찾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남지현은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친 후, 어린 여동생을 돌보기 위해 고등학교도 마치지 않고 공장에 취직한 소녀 가장 최수영 역을 맡았다. 최수영은 책임감 있게 동생을 돌보지만, 마냥 착하고 도덕적인 인물은 아니다. 아역 연기자로 데뷔해 맑고 바른 인상으로 그동안 착하고 선한 인물을 연기해 왔던 남지현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된 캐릭터였다.

"선과 악의 사이에 있는 게 수영 캐릭터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했어요. 논리로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됐어요. 일관성이 없거든요. 이전의 캐릭터는 자기만의 기준, 인생의 가치관에 따라 고난과 역경이 와도 흔들리다가 일관된 선택을 하는데, 수영이는 그의 반대에 선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이전의 작품들이 조금은 어두워서 '이제 좀 밝은 걸 해볼까' 생각했던 시점이었어요. 그런데 '하이쿠키' 대본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딱 한 번만, 한 전만 더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웃음)"

시청자들은 '착한' 남지현에게 익숙했지만, 그는 자신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누군가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식칼을 드는 최수영을 남지현은 이질감 없이 연기해냈다. 남지현도 "누군가가 저를 죽이려 해서 도망가는 건 많이 했는데, 제가 누군가를 죽이려 하는 건 처음이었다"며 "새롭고, 생각보다 재밌었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수영이는 중간이 없다"며 "그냥 그 상황에 충실하고, '얘를 죽이고, 나도 죽으면 깔끔하겠다' 이런 생각으로 직진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서른이 안 된 20대 청춘이지만, 남지현은 2004년 MBC '사랑한다 말해줘'로 연기를 시작해 올해로 활동 경력 20년 차다. 또래 연기자들이 많았던 '하이쿠키' 촬영장에서도 "선생님"으로 불렸다던 남지현은 "20대 초반부터 변신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그땐 제가 성인이 됐음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게 1번 숙제였고, 그러면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속도보다 빨리 변화한 거 같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제가 계획했지만, 제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동안 좋은 감독님, 작가님을 만났고 대중분들도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셨던 덕분인 거 같아요. 그래서 30대 땐 뭔가 계획하기보단 뭔가 더 유연한 마음가짐을 갖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다양한 인간상을 수집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어요. 몇 년 전부터 연기 스타일도 바뀌었는데, 이전엔 저의 모습에서 조금씩 꺼내 그걸 증폭시키는 방법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면, 이젠 완벽하게 새로운 다른 인물로 연기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선 인간상에 대한 풍부한 자료가 필요하겠다 싶더라고요. 직접 경험으로는 다 겪을 수 없으니 글, 웹툰, 만화, 애니메이션도 보고 있고요."

영화나 드라마를 평소에 보지 않는다는 남지현은 "어느 순간 그걸 분석하면서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서, 작품 그 자체로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에 더 빠져서 보고 있다고 고백했다. 20년을 활동하면서도 큰 논란 없이,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만 보여온 남지현은 "쿠키와 같은 유혹이 있어도 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면서 단호함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어릴 때부터 이 일을 시작해서 본능적으로 안 거 같아요. 타인의 말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제가 가야 하는 길이라 내가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요. 모니터를 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비교'인데, 저는 타인이 아닌 전작의 저와 비교해요. 충분한 비판과 비난을 스스로 하고, 주변의 평가를 들으며 끊임없이 조정을 해 가는 거 같아요. 이게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인 거 같기도 하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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