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엔화 약세) 현상이 장기화하며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 증시에 투자한 일학개미의 수익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엔화 투자자의 수익률은 부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중 100엔당 원화의 가치가 900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봤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관 금액은 40억7331만달러(약 5조2912억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주식 보관 금액은 미국에 이어 해외 증시 보관 금액 2위를 차지했다. 3위 홍콩 증시(2조2960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일학개미가 늘어난 배경엔 수익률이 있다. 지난달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이상 엔화 헤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지난달 일학개미는 이 상품을 770억원 순매수했다. 이 ETF는 지난달에만 10%가량 올랐다.
엔화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데다가 미국 국채 이자 수익과 향후 금리 하락에서 오는 채권 가격 상승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 외에 일학개미는 엔화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를 주로 매입했으며 도요타, 화낙, 타다노, 미쓰비시 등 개별 종목에도 투자했다.
환차익을 노린 매수세가 몰리자 일본 지수는 강세를 띠고 있다. 엔저일 때 일본 주식을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가 향후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매도해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아울러 엔 지난달 닛케이 225지수는 8.5% 올랐다. 올해 들어선 28% 급등했다. 국내 증시에서 이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일본니케이225'도 강세를 띠고 있다. 이 상품은 주로 개인 투자자가 사들이고 있다.
반면 엔화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아직 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원·엔 환율은 100엔당 867.38원을 기록하는 등 최저치를 기록한 후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TIGER 일본엔선물은 2.77% 하락했다. 올해 들어선 8.73% 밀렸다. 이 상품은 국내 유일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ETF다. 올해 개인 투자자는 이 상품을 1000억원 이상 사들였지만,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며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엔화 예금 잔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주요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상품은 예금 금리가 거의 없어 이자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께 원·엔 환율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엔화 가치가 오르는 것은 엔테크 투자자엔 호재다. 다만 일학개미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호실적을 냈던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져 주가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의 추세 전환 시점은 엔·달러 환율의 방향에 달려 있다"며 "1990년 이후 엔·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고 하락할 때 원·엔 환율이 반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본의 경기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고민할 만큼 개선됐다"며 "내년 1분기 100엔당 원화의 가치는 900원대를 회복할 것이며 연말엔 9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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