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며 이를 기념해 ‘수출의 날’이 제정됐다. 60년이 지나는 사이 한국 무역 규모는 1988년 1000억달러, 2011년 1조달러를 넘어서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수출로 먹고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출은 그간 한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도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수출은 취업의 15%, 부가가치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출이 어려웠던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0.9%로 후퇴했으나, 수출이 살아나자 이듬해인 2021년 GDP 증가율이 4.0%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가장 큰 성장을 이룬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인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의 수요 감소가 수출 부진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10월까지 반도체를 비롯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의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이 크게 줄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PC, 서버 등의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이에 따라 1년 전보다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 수출 단가가 21.6% 떨어지는 등 수출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반도체 등 5대 IT 품목이 수출 감소에 8할의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13대 주력 수출 품목 중에서 지난해보다 수출이 늘어난 건 일반기계(3.9%)와 선박(14.8%) 자동차(33.9%) 등이 전부다. 친환경차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의 수요 확대로 전기차 수출이 1년 전보다 67% 급증하며 수출 위축을 막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1558억달러어치에 이르던 중국 수출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1026억달러에 그쳤다.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가 확대되고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이 중국으로 보내던 중간재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로의 수출도 지난해 1249억달러에서 올해 들어 10월까지 899억달러로 나머지 두 달 수출을 고려해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국가로 2위 수출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10월까지 935억달러로 집계되며 지난해(1098억달러)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연합(EU)도 올해 들어 10월까지 578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며 지난해(681억달러)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에선 전기차와 2차전지 소재 등의 수출이 활발했다.
올 들어 수출이 위축되면서 한국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78%에서 2.59%로 낮아졌고, 수출 순위도 6위에서 8위로 주저앉았다.
근거는 IT 제품의 수요 회복이다. 글로벌 시장분석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PC의 수요는 올해보다 각각 4.3%, 4.6%, 0.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제품 수요는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져 단가도 뛰게 한다. 무협은 이에 따라 반도체 수출은 21.9%, SSD 수출은 45.6%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수출도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물량이 올해 대부분 해소돼 내년 신규 수요는 많지 않으나 전기차 수출 비중이 늘어나며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무협은 봤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사진)은 “지난 6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 회복을 이끌고 있어 내년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돼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통상 환경이 나날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신흥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협회는 기업 애로사항 등을 듣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한국 무역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