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명품소비가 줄어들자 명품 매출 비중이 유독 높았던 갤러리아백화점이 휘청이고 있다. 업계에선 갤러리아백화점이 최신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 매출 비중은 60%에 달해 주요 백화점 3사(40%)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갤러리아 백화점의 지난 10월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두자릿수 역신장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10월 누계 매출액도 전년 동기간 대비 약 8%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들이 명품 소비를 줄이며 백화점 업계가의 매출 증가 폭이 전반적으로 둔화하긴했지만 갤러리아백화점의 실적은 유독 안 좋다는 평가다. 실제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각 백화점의 주력 점포는 올해도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사업부문의 실적은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력 점포 실적이 타격을 받고 있는데다 대전 타임월드점과 경기 광교점 역시 상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서다. 대전갤러리아타임월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1371억원으로 전년(1404억원) 대비 2.4%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이 2021년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을 내면서 고객이 분산된 영향이다. 광교점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이달 문을 여는 스타필드 수원이 갤러리아 광교점의 방문객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주요 사업부문인 백화점업 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지난 3월 재상장한 이후 한화갤러리아의 주가도 반토막난 상황이다. 재상장 당일 2130원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이달 1일 종가는 1028원으로 재상장날 대비 51.7%빠졌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지난달 23~29일 일주일간 자사주 23만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파이브가이즈 햄버거 신사업으로 좋은 성과를 내긴 했지만 제대로된 경영성과를 보이려면 백화점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야하기 때문이다. 파이브가이즈의 매출 비중은 한화갤러리아 전체 매출 가운데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올해 6월 첫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의 9월 말일까지의 매출액은 36억원이다. 와인유통업인 비노갤러리아 사업까지 포함해도 식음료 사업부문은 한화갤러리아 매출 비중의 1.2%에 불과하다.
파이브가이즈가 이미 미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란 점도 김 부사장에겐 부담 요인이다. 이미 미국과 한국에서 많이 알려졌던 브랜드인 만큼 파이브가이즈로 대성공을 거두더라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며 "지난 4월 매입한 강남구 신사동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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