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다방의 문학사적 현장을 현대적 관점에서 실감미디어 첨단기술로 들여다보는 이색 전시회가 대구문학과에서 열린다. 4일 대구문학관에서 개막한 <다방: 1950’s 문학 유니버스>다.
오늘날 우리에게 ‘다방’은 어떤 이미지로 남아 있을까?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딘가 낡고, 어둡고, 또 오랜 시간의 흔적들로만 가득할 것 같은 곳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1950년대 전후의 다방에서는 하나의 거대하고도 환상적인 문학의 ‘우주’가 펼쳐졌었다. 우리 문학계의 빛나는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고, 또 삶과 문화를 교류하던 곳이 바로 그때의 다방이었기 때문이다.
대구문학관이 위치한 향촌동 일대에는 아직도 이런 다방에 대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화가 이중섭이 대구에 내려와 전시를 준비하며 은지화를 그렸던 ‘백록다방’과 이효상의 시집 <바다>??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모나미다방’, 유치환의 시집 ??보병과 더부러??와 조지훈의 시집 ??<풀잎단장>??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향수다방’, 박두진의 ??<오도>??와 이상로의 ??<귀로>??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상록수다방, 소설가 최인욱의 첫 단편집 ??<저류>??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살으리다방’처럼 다방은 당대 저명한 문인과 예술가들의 주요한 예술활동 공간이었다.
또한 한국전쟁 시기의 ??전선문학을 발행하던 육군 종군작가단이 결성된 ‘아담다방’에서부터 구상 시인의 동명 작품에서 이름을 따온 ‘꽃자리다방’, 근현대 대구문학계에서 쌓은 중요한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동료 문인들이 대구시민문화상을 백기만 시인에게 수여했던 ‘은다방’, 김춘수 시인과 관련한 일화가 담긴 ‘세르팡다방’처럼 다방은 역사와 작가 개인을 넘나드는 서사를 품은 곳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당시 문학계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모두 모여 글을 쓰고, 출판기념회를 열고, 서로의 작품을 읽고 이야기하며, 전례없이 빛나던 문학의 ‘우주’를 펼쳐나가던 다방을 현대적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를 통해 새롭게 돌이켜볼 수 있는 전시다.
아나몰픽 기법을 활용한 실감 미디어와 함께 주요 다방이 지닌 역사와 관련 문학자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지도도 함께 펼쳐 놓고 있다.
실감 미디어에는 한국전쟁기의 허름한 다방에서 일어나던 예술적 창조 과정을 묘사한 ‘Open the Door(또 다른 문)’, 예술가들의 교류 공간이었던 다방이 가져온 사회적, 문화적 변화의 상징을 표현한 ‘A Fantasy(피어나는 우주)’, 댄서들의 춤사위를 통해 대구 근대문학의 새로운 해석과 아름다움의 발견을 드러내는 ‘A New Orbit(새로운 오늘)’ 등 3편의 영상이 담겨있다.
이 전시는 지역 콘텐츠 기업의 비즈니스 확장과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이 마련한 ‘2023 대구 지역특화콘텐츠 개발지원사업’의 일환으로, Y 디자인랩에서 기획·제작하고 대구문학관이 협력해 진행한다. 내년 12월 31일까지 상시 전시할 예정으로, 대구문학관 휴관일(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대구문학관 3층 명작스캔들 공간에서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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