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동안 72홀을 소화해낸 ‘골프황제’는 지쳐 보였다. 최종 4라운드에서는 절뚝거리는 모습이 이전 라운드보다 자주 화면에 나왔다. 그럼에도 4라운드를 두 발로 끝낸 타이거 우즈(48·미국)에겐 누구보다 큰 박수가 쏟아졌다. 성적은 출전 선수 20명 가운데 18위에 그쳤지만.
우즈는 4일(한국시간) 바하마 낫소의 올버니G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이벤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4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 합계 이븐파 288타.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27·미국)와는 20타나 차이 났다.
‘황제’의 명성에 어울리는 성적은 아니지만, 발목 수술 뒤 7개월 만에 치른 대회인 걸 감안하면 괜찮은 점수란 평가다. 4라운드를 걸어서 소화할 수 있는 게 검증됐다는 점에서 우즈의 내년 정식 대회 복귀가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즈가 72홀을 완주한 건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이후 10개월 만이다.
우즈 자신도 이번 대회 결과에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온몸이 아프다”면서도 “오랜만에 경기를 치르며 녹을 벗겨냈다. 매일 발목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며 웃었다. 이어 “대회를 치르고 회복하는 데 2주, 준비하는 데 1주가 필요하다”며 “한 달에 한 번 대회 출전이라는 목표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몸 상태가 조금 더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기간에 우즈는 몸과 마음에 쌓였던 녹을 벗겨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라운드마다 경기 속도가 빨라진 점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우즈는 “첫날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둘째날은 조금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최종 라운드에서는 정상적인 속도를 냈다”고 했다.
비거리는 수술 이전에 못지않았다. 이번 대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306야드, 최대 비거리 370야드를 기록했다. 출전 선수 가운데 여덟 번째로 높은 순위다. 첫날 1번홀 티샷을 326야드에 떨궈 동반자 저스틴 토머스(30·미국)보다 훨씬 앞에서 두 번째 샷을 했다. 페어웨이 안착률도 65.38%로 준수했다. 비거리 이득타수 부문에선 4위에 올랐다. 그는 “이번주 경기에선 드라이버가 가장 좋았다”며 “스윙 스피드가 조금 느려졌지만 기술력이 좋아졌고 1주일 내내 클럽 페이스 중앙을 맞힐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쇼트 게임은 예전만 못했다. 그린 주변에서 그답지 않은 실수가 나오며 그린 주변 플레이 부문 16위를 기록했다. 그는 “예전에는 원하는 샷을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었고, 그 샷에 맞춰 몸을 변형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파5 공략도 아쉬움을 남겼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파5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로 꼽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총 20차례 마주한 파5홀에서 3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우즈 특유의 무결점 스윙도 다소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무릎과 허리,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더 이상 예전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없는 탓이다. 그는 “스윙을 바꾸거나 변화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 무릎을 예전처럼 움직일 수 없고 허리가 굳어져 예전처럼 크게 비틀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부족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즈는 곧바로 다음 일정에 돌입한다. 오는 16일 개막하는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에 아들 찰리와 함께 출전할 예정이다. 통산 683주 동안 세계 1위를 지킨 우즈의 세계랭킹은 지난주 1328위에서 이날 898위로 430계단 뛰었다.
세계랭킹 1위 셰플러는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제프 슈트라카(17언더파 271타·30·오스트리아)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2년 연속 빅토르 호블란(27·노르웨이)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친 그는 올해 드디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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