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분석 보고서에서 공급망 개선과 수요 약화로 인해 내년 중반까지 디플레이션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9월에는 전체 PCE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이 돼야 목표치인 2%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본 미국 중앙은행(Fed)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은 내구재의 가격 하락 때문이다. 10월 신차와 중고 자동차 및 부품 가격은 9월에 비해 0.4% 떨어지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가정용 가구는 0.2% 내려갔고, 컴퓨터 장비와 같은 오락 용품은 0.4% 떨어졌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앨런 데트마이스터 경제학자는 “자동차가 내년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UBS는 또한 내년 4분기에 인플레이션이 1.7%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경기 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소매업체들도 디플레이션을 언급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현상은 실물 경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홈디포의 상품화 담당 부사장인 윌리엄 바스텍은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목재와 구리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의 평균 구매 증가율이 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상품 가격도 하락해 소비자의 구매액이 예전 속도로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지사 최고경영자(CEO) 또한 “가격 인하 품목이 작년에 비해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내구재를 중심으로 한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하자 Fed의 통화 긴축 정책이 실물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금리에 따라 자동차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이자 등이 영향을 받으면서 미국인의 소비 여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정보회사 이퀴팩스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대출의 60일 이상 연체 발생률이 5%였는데 현재는 7%에 육박하고 있다. 마이크 브리슨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체율 상승에 대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증가 속도가 정상(속도)보다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메이시스·노드스트롬백화점 등 주요 소매업체도 최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개인들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에이드리언 미첼 메이시스백화점 최고운영·재무책임자는 “2분기 연체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긴 했지만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고 했다.
여전히 뜨거운 고용시장과 이에 따른 임금 상승이 물가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비농업 부문 임금 상승률은 10월 4.1%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2~3%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