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적을 입혀도, 다 벗고 있어도 멋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이하 '스위트홈2')에서 주인공 차현수를 연기한 송강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스위트홈' 시리즈는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현수(송강 분)와 그린홈의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시즌1은 지난 2020년 12월 공개 4일 만에 해외 13개국 1위, 70개국 이상 TOP 10 진입,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TOP 10에 오르면서 전 세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시즌2가 지난 1일 공개된 후 작품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뉘는 상황에도 송강의 활약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 시즌1에서 그린홈을 지키기 위해, 괴물화에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특수 감염자의 모습을 보여준 현수는 시즌2에서도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나간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현수가 너무 빨리 죽고, 후반부에야 겨우 나오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지만, '스위트홈2'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송강은 "이미 다 들었던 내용이고, 시즌3에선 다른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시즌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촬영을 하며 캐릭터 일기를 쓰고, 또래 배우보다 실험적인 장르와 캐릭터를 선택하며 치열하게 노력해왔지만, "외모에 연기가 가려진다"는 반응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송강은 "그래서 전 감정에 더 집중한다"며 "이번에 현수를 연기하며 감정적으로 더 성숙해진 거 같아서 전 만족스럽다"면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송강의 일문일답.
▲ '스위트홈2' 공개 후 어떻게 봤을까.
5번 넘게 봤다. 같이도 보고 혼자도 봤다. 추억이 많아서, 그 추억을 되새기고 싶었다. 그 장면 하나하나를 생각했을 때, 이 장면은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었지, 그 추억을 되새기는 게 좋았다. (이응복) 감독님과 찍으면서 얘길 많이 했는데, 시즌1보다 좀 더 성숙하게 가자고 했고, 어떻게 성숙해보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성숙해진 거 같아서 만족스럽다.
▲ 주인공인데 너무 빨리 죽고, 분량이 적다. 아쉬움은 없었나.
이유가 있다. 분량이 없는 이유는 시즌3에서도 나올 수 있으니까.(웃음) 전 괜찮았다.
▲ 노출 장면도 화제가 됐다.
충분한 대화가 됐다. 임박사(오정세 분)가 보기에 현수는 특수 감염인이고, 인간이 아닌 관찰과 연구 대상이라 하나하나 관찰하기 위해 탈의를 하게 됐다. 피를 맞는 건 CG가 안됐다. 그래서 많은 대화를 통해 처음 촬영에 한 번에 끝냈다. 그걸 찍고 부끄러움이 많이 없어진 거 같다. 다른 드라마에서 오글거리는 대사나 이런 게 있으면 부끄러움을 많이 탔는데, 당당해진 느낌이다.
▲ 현수는 고등학생에 반 친구들에게도 쉽게 밀리는 '지질이'라는 설정으로 묘사됐는데, 몸이 너무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시즌1에서 괴물화가 진행이 됐고, 그 괴물화가 된 상태로 눈을 뜬 거라 봤다. 시즌1에서도 많이 벗고 있어서(웃음) 이번엔 마르게 뺀다기보단, 괴물의 울룩불룩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매일 운동하고, 헬스장에 하루에 2번 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전 너무 좋았다. 지방 촬영이 많았는데, 가기 전 처음 하는 일이 헬스장 찾기였다.
▲ 현수는 왜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하나.
이타심 때문에 인간성을 놓고 싶지 않아 한 거 같다. 시즌1에서는 현수가 죽고 싶어 하는 설정도 있는데, 원래의 현수는 리더십이 있었지만 어떤 계기가 있어서 그런 거다. 괴물을 보면서 이타심, 공감이 다시 튀어나온 거 같다.
▲ 이번엔 극한의 감정 소비도 많았던 거 같다.
모든 감정 장면이 현실에선 없는 내용들이지 않나. 평소에 송강으로 살려고 할 때도 현수의 감정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중 가장 난도가 있었던 건, 이경(이시영 분) 누나가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또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에 힘들었다. 촬영 후에도 펑펑 울었고, 그런 감정이 처음이라 신기했고, 그 후 표현에 있어서 발전한 거 같다.
▲ 이진욱, 이시영과의 액션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촬영할 땐 CG의 완성도를 다 보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감이 없었다. 선배님들이라 액션 장면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어떻게 하면 더 강해 보이는지 잘 얘기해주셨다. 결과물 보니 아주 만족스럽다.
▲ 시즌1을 찍을 땐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대세가 됐다.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후에 다시 촬영했다. 몰입에 어려움은 없었나.
'스위트홈'을 찍으면서 제가 처음 시도한 게 캐릭터의 마음으로 일기를 매일 쓰는 거였다. 원래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는데, 그러다 '현수가 돼 써보자' 해서 쓰게 됐다. 현수의 마음을 항상 체크했다. 그때 기록이 있어서 시즌2에서 대본을 볼 때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2, 3를 찍을 때도 일지를 쓰는 게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다. 오늘 촬영분이 어떻게 된다 치면, 어떤 기분이고, 이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등을 썼다.
▲ 송강에게 '스위트홈'은 어떤 작품일까.
시즌1이 저를 있게 해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저는 항상 은혜로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시즌2에서 저 같은 신인이 있을 테니 그런 분이 또 나오길 기대하면서 제 할 일을 다 하고, 감독님의 디렉션에 따라 할 일을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찍으면서 감정적으로도 많이 성장한 거 같다.
▲ 너무 잘생겨서 일부러 재난 상황에 맞게 못생기게 분장을 하고, 옷도 넝마와 같은 걸로 입힌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감독님이 엄청 까맣게 하라고 분장팀에 요청을 하긴 했다. 그래서 피 분장도 많이 했던 거 같다. 의상은 변신을 하고 많이 맞다보니 찢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 또래에 비해 쉽지 않은, 파격적인 선택을 많이 해 온 거 같다.
대본을 볼 때 새롭고 파격적이면 선택을 한다. 도전을 즐기는 선택이다. 그 생각을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의논해서 작품을 선택한다. 항상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재밌다. 감사한 게 작품을 할 때마다 직업이 바뀌는데, 각각의 직업이 매력적이다. 그걸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다.
▲ 그 직업이 조만간 (군인으로) 바뀔 예정이다.
당연히 할 일이라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이 안 좋다기보단 마인드를 조금 바꾸면 더 발전해서 올 수 있을 거 같더라. 갔다 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계획을 짜고 있다. 책도 많이 읽고, 영어 공부도 하고, 여러 계획이 있다. 실현될진 가봐야 알 거 같다.(웃음) 아쉬움도 전혀 없다. 군대를 안 간 것도 제 선택이고, 제 좌우명이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이다. 그 선택에 후회가 없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 전역 후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도 생각한 게 있을까.
담백한 악역도 하고 싶고, 군인 역할 해도 재밌을 거 같다.
▲ 완전 다른 캐릭터인 '마이데몬'도 방영 중이다.
이런 건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다. 캐릭터도 전혀 달라서 그 점을 다르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그만큼 매력적인 거 같다. 제가 막연히 생각하기론 악마는 샤프해야 할 거 같아서 10kg 정도 감량했다. 64kg 정도로 촬영했고, 탄수화물이 안 들어가니까 머리가 안 돌아가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적당한 탄수화물을 먹으며 유지했다. 나온 결과물은 샤프해서 빼길 잘했다고 싶었다. '스위트홈2'는 그보다 10kg 증량해 74kg 정도였다.
▲ 외모 관리 부담감은 없나.
요즘 좀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운동도 이전 같지 않아서 식단도 신경 쓰고 피부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유튜브에서 봤는데 채식이 좋다고 하더라. 내일부터 채식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제가 너무 육식 성향이라. 저는 (MBTI의) P의 성향이라 하루하루 계획이 달라지긴 한다. 채식을 안할 수도 있다.
▲ '스위트홈'도 '마이데몬'도 인간이 아니다.
사람이 아닌 연기가 더 편하긴 하다. 제가 말을 어떻게 하든 납득이 될 거 같다. 인간은 현실 캐릭터다 보니 어떻게 해야 캐릭터로서 납득이 될지 고민을 하게 되는 거 같다. 전 자유로운 연기방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더 편한 거 같다.
▲ 30대를 맞이하는 소감은 어떤가.
스무살 때부터 34살이 되고 싶었다. 제가 생각하는 34살은 성숙하고 멋져 보이더라. 성숙해질 수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도 만족스럽고, 빨리 34살이 오길 바란다. 34살엔 채식주의자의 송강으로 태어나고, 지금보다 몸과 마음이 더 성장한 송강이 아닐까 싶다.
▲ 최근 몇년 사이에 큰 스타가 됐다.
그런 평가를 듣는 것 자체가 창피하다. 돌이켜보면 후회 없는 삶을 살았던 거 같다. 매 순간 마음가짐도 잘 잡아 왔고, 정말 열심히 살았고, 후회 없이 살았다는 생각에 만족스럽다. 그리고 사랑을 많이 받을수록 배려하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 작품을 하면서 제가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연기를 하는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언행도 조심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행동한다.
▲ 작품에 임하는 부담감은 없나.
저는 항상 부담감과 긴장감을 갖고 임한다. 이전에는 촬영하면 마냥 좋았다. 그런데 '알고있지만' 대본 리딩을 할 때 갑자기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지더라. 그 이후로 그 무게감을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던 거 같다. 촬영 2주 전부터 식욕도 없어지고 '잘할 수 있을까' 의심도 들고, 그래서 더 대본도 많이 본다. 지금도 확신이 없다. 매 순간 새로운 일이 생기다 보니까 항상 의심이 든다. 내가 준비하는 게 맞나 자신에게 질문한다. 그래서 한 장면을 찍더라도 여러 대사, 여러 감정을 준비하는 습관도 생겼다.
▲ 치열하게 연기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외모에 노력이 밀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감정으로 표현하려 한다. 일부러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고, 감정에만 집중하는 거 같다. 모니터를 볼 때도 제가 어떻게 나왔느냐보다는 감정의 표현을 더 많이 생각한다.
▲ 시즌3는 오픈할 때 군대에 있을 예정이다.
조금 슬플 거 같다. 저도 열심히 찍었는데 그 자리에 없어서. 하지만 전 정말 잘 나왔고.(웃음) 정말 많은 변화가 있으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 시즌3를 공개하기 전에 미리 소감을 전한다면.
시즌1에 이어서 시즌3까지 보여드리게 됐다. '스위트홈' 시리즈는 저의 20대를 함께 한 작품이다. 드라마를 찍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거 같다. 찍고 나서 시원섭섭함이 있다. 많은 감정도 느꼈다. 이렇게 공들인 작품도, 많은 세월을 함께한 것도 처음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감사함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현수에겐 이타적인 유전자에 대해 요즘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을 보며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어딘가에서 잘 지내라고 말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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