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직전 해당 정보를 미리 안 일부 투자자가 공매도로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 때문에 이스라엘 기업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 금융당국은 이 내용을 인지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하마스의 연계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의심스러운 공매도로 인한 이익이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외신의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을 지낸 로버트 잭슨 주니어 뉴욕대 로스쿨 교수와 조슈아 미츠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테러에 대한 거래?(Trading on Terror?)’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공동 집필했다.
이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10월 7일)하기 5일 전인 10월 2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MSCI 이스라엘 상장지수펀드(ETF)’의 장외거래가 거의 100% 공매도였다는 점을 짚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한 투자자는 단독으로 22만7000주를 공매도했다. 이는 이스라엘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뜻이다. 이날 공매도 거래량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벌인 가자지구 전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발생량을 크게 웃돌았다. 연구자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트레이더들은 미래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은 또 이스라엘 텔아비브증권거래소(TASE)에서 9월 14일부터 10월 5일 이스라엘 최대 은행 중 하나인 레우미은행의 신주 443만 주가 공매도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0월 4~23일 레우미은행의 주가는 23% 하락했다. 이에 따른 수익 규모는 약 750만달러로 추정됐다.
미츠 교수는 “현재까지 증거로 추론할 때 전체 수익이 1억달러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 당사자들의 소재지나 특정 금융회사·정부기관·테러조직과의 연계 여부는 불확실하다. 미츠 교수는 “공매도 거래를 하마스와 연관 짓는 것은 추측일 뿐”이라며 “누군가가 어떤 정보를 엿듣고 공매도했을 수도 있으며,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도 하마스의 공격 전에 일부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다. 보고서는 “미국 증시에서 이스라엘 기업의 주식 공매도가 전체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하마스의 공격 직전 이들 기업에 대한 고위험 단기 옵션의 거래가 급격하고 이례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옵션은 주식 등 특정 자산을 특정 날짜에 고정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뉴욕증시에서 이스라엘 관련 기업의 공매도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저자들은 일부 이스라엘 방위 기업이 하마스의 공격 이후 수요 급증의 수혜를 봤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SEC와 금융산업규제청(FINRA)은 해당 내용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반면 이스라엘 TASE는 “이 문제는 당국에 알려져 있으며 모든 관련 당사자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해당 보고서 내용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찰스 화이트헤드 코넬 로스쿨 교수는 이 연구가 “테러 공격과 같은 정보에 기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부는 단순히 미래 사건에 대한 특별한 지식 없이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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