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앞으로 제가 경영 일선에 나설 일은 절대 없습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습니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개매수를 추진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고문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동생(조현범 회장)이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는 그룹의 영속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아버지(조양래 명예회장)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지금까지 그룹을 키워왔다”고 했다.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것도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통했기 때문이다. 조 고문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혁신을 이룩한다는 철학에 서로 공감해 이번 공개매수를 함께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직원과 주주, 사회를 위해 한국앤컴퍼니가 더 나은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지도 명확히 밝혔다. 조 고문은 “어떤 일이 있어도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없다”며 “창업주 일가이자 주요 주주 중 한 명으로 MBK파트너스를 지원하고 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녀인 조희원 씨도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힌 조 고문의 말에 힘을 보탰다. 조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두 동생 중 누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에 공감해 이번 공개매수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은 우리 4남매보다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다는 데 조 고문과 뜻이 맞았다”고 했다.
조씨는 2021년 조 고문이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맞붙었을 때는 중립적인 입장을 지켰다. 조씨는 “당시에는 아버지의 뜻이 가장 중요했고, 집안의 개인적인 일로 회사 일에 관여할 여유도 없었다”며 “지금은 아버지가 저에게 캐스팅보트를 쥐여준 이유를 가슴 깊이 고민해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조 고문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경영에 참여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조 고문의 편에 선 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씨는 “굳이 편을 나눈다면 나는 소액주주의 편에 가깝다”며 “소액주주가 흥해야 회사도 잘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기존 목표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고도 했다.
조현범 회장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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