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설운도가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 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5일 방송된 JTBC '한블리-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는 설운도와 그의 부인이 출연해 사고 당시의 심경을 전하며 차량 결함으로 급발진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운도는 "집사람하고 저하고 하늘이 도왔다고 그러는데, 긴박한 순간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이게 죽는 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설운도와 그의 아들은 지난 10월 25일 오후 8시 30분경 아내 이수진 씨가 운전하는 벤츠 차를 타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의 한 골목을 지나고 있었다. 이때 차량이 갑자기 굉음을 내며 골목길을 질주했고, 택시와 보행자를 들이받은 후 식당으로 돌진했다. 해당 사고로 10명이 다쳤다.
설운도 아내 이 씨는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골목으로 오는 길이었다.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니까 AEB(자동긴급제동장치)가 작동하며 급정거했다. 둘째가 뒤에 탔는데 그 기능에 놀라더라. 차에 이런 기능이 있다고 하니 '좋은 차가 역시 다르네'라고 하더라. 다시 가려고 하는 순간 제트기가 날아가는 것 같이 차가 움직였다"고 했다.
사고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설운도는 "차가 '윙~'하길래 '브레이크! 브레이크'라고 소리쳤다. 집사람이 '안 들어! 안 들어'라더라. 차가 굉음을 내면서 날아가는 속도가 총알 같았다"고 했다.
이 씨는 "(골목) 양쪽으로 사람이 보이더라. 인터넷을 보면 급발진 났을 때 시동 꺼라, 기어 바꾸라고 하는데 당시엔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오직 사람만 피하자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사고 현장은 사람과 차가 함께 오가는 좁은 골목으로 당시 차량의 급가속 거리는 약 120m 정도였다.
설운도는 "밖으로 나오려는데 문이 안 열려서 발로 차서 문을 열었다. 나는 먼저 골목 초입에 있던 사람들에게 쫓아갔다. 차로 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이미 몰려와서 신고하고 있었다. 여자분이 누워있더라.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아서 굉장히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추돌한 택시로 달려가 기사에게 '괜찮냐'고 물었다고. 그는 "넋이 나간 것 같은 표정이셔서 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피해 택시를 운전한 기사는 14년 전 자동차 관련 일을 했다면서 급발진을 의심했다. 그는 "저는 서행으로 주행하고 있었는데 차가 날라오더라. 사고 나자마자 급발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소리, 쇳소리가 들렸다. 제가 그동안 접했던 차량의 소리는 아니었다"고 했다.
설운도는 "굉음이 났다. '왕~'하면서 RPM이 순간적으로 올라가면서 날아가 버렸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또한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이 씨는 "1984년도부터 사고 장소에 살았다. 솔직히 그 길은 눈을 감고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스피드 낼 이유도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운전 경력이 38년인데 보통 때 브레이크 밟으면 느낌이 있는데, 사고 때는 딱딱하고 안 듣는다는 느낌이 100%였다"고 주장했다.
설운도는 "딱딱하게 안 잡혔다는 건 브레이크도 작동을 안 했다는 거다. 이건 완전히 결함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고 당시 이 씨가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증거가 담긴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설운도는 "동네 분들께 사과드리러 갔는데 한 여자분이 오시더니 '혹시 이게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는데 사고가 커서 CCTV를 확인해봤다'며 영상을 주셨다.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켜져 있는 게 나와 있다더라"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해당 차량은 조그마한 고양이가 지나가도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이 있다. 기능이 제대로 됐다면 충돌하기 전에도 차가 스스로 서야 맞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출고한 차량인데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설운도는 "간접 살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에어백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거 아닌가. 에어백이 안 터졌다는 건 엄청난 문제가 있는 거다. 제가 급발진 아닌 걸 급발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냐. 옆에 타지 않았더라면 의심할 수도 있지만, 직접 타봤는데 급발진인지 아닌지 모르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설운도 사건과 관련해 제조사 측은 "차량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국과수로 넘어가서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당사에선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설운도는 "교통사고 이후로 트라우마가 장난 아니다. 정신적인 고통은 치료가 안 된다. 일본 공연을 갔는데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멘붕'이었다"며 "차를 타면 겁이 난다. 공포가 확 밀려온다. 아내는 세탁기 소리만 커도 깜짝 놀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입원해 계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바라고, 피해 본 분들께도 너무 죄송하다"며 "급발진으로 많은 분이 피해를 봤을 텐데,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다. 법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99.9%던데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약자가 피해를 보는 사회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와 EDR(사고기록장치) 자료가 나오면 객관적으로 상황과 일치하는지 모순되는지를 찾아야 한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것도 말이 안 된다. 시속 7km/h 이상이면 AEB 시스템이 작동된다고 한다. 근데 왜 택시 앞에선 작동이 안 됐을까"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사람이 골목길에서 급가속 후 약 10초 동안 달렸다는 건 운전자 실수보다는 자동차 결함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급발진 발생 전에 사람을 장애물로 인식해서 차량이 순간적으로 속도를 줄였고, 이후엔 어떤 안전 기능이 동작하지 않았다. 전자 제어 장치 오동작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의 급발진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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