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은행채 상장지수펀드(ETF)에 연일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도한 수신 경쟁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은행채 매력이 높아졌다. 횡재세, 상생기금 등 금융당국의 압박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KODEX 24-12 은행채 액티브’의 순자산은 1조9032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 1조원을 넘어선 뒤 한 달 만에 9000억원 넘는 자금이 추가로 몰렸다. 9월 상장했는데, 올해 ETF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TIGER 미국테크 TOP10’(1조6180억원)을 추월했다.KODEX 24-12 은행채 액티브는 최고 신용등급인 AAA급 특수은행채, 시중은행채 등에 투자하는 만기 매칭형 상품이다. 채권 만기일이 되면 해당 종목은 상장 폐지되고 운용보수 등을 차감한 상환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채권이 부도나지 않는 한 투자자는 상품을 매수하는 시점에 확정된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현재 KODEX 24-12 은행채 액티브의 YTM(만기 수익률)은 연 3.96%다.
최근 은행채 ETF에 자금이 유입되는 까닭은 은행채 발행이 늘면서 채권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은행채는 206조6300억원어치 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1조9790억원)에 비해 15조원가량 늘어났다. 은행채 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민평 4사 평균 3년 만기 은행채 AA- 금리는 연 4.62%다. 3년 만기 국고채(연 3.55%), 회사채(연 4.29%)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은행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금융당국의 창구 지도 때문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수신 경쟁이 시중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은행채 발행 제한 규제를 풀었다.
최근 들어선 은행채뿐 아니라 은행주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은행주는 그동안 횡재세 등 정치권의 압박으로 실적 우려가 컸는데, 최근 들어선 이런 부정적 요인에도 주주 환원율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은행 실적을 견인한 고금리 상황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달 일제히 상승했다. 우리금융지주가 7.96% 상승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5% 이상 상승했고 KB금융도 2.14% 올랐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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