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가 6일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사이버 보안 솔루션을 내놨다. 라우터와 스위치 등 통신장비를 팔던 기업이 AI 보안 사업에 본격 뛰어드는 것이다. 구글과의 대결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선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보안 실시간 점검·관리"
시스코는 이날 호주 멜버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스코 라이브 2023’에서 ‘시스코 보안 AI 어시스턴트(조수)’를 공개했다. 기업의 보안 정책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약점을 보완해주는 솔루션이다. 웹, 이메일, 네트워크, 앱 등에서 매일 5500억 건 이상 발생하는 보안 이슈를 점검하는 게 핵심 기능이다. 내년 1분기에 출시한다.이 솔루션을 적용하면 AI가 보안에 위협이 될 만한 사안을 분류하고 영향력, 범위, 원인을 분석해준다. 이용자가 보안 상태를 물을 때면, 점검 현황을 보여주면서 향후 보안정책 설계 방향까지 제안해준다. 방화벽을 생성하는 기능도 갖췄다. 그동안 인력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던 보안 관리 체계가 전문화된다는 설명이다.
데이브 웨스트 시스코 APJC(아시아태평양·일본·중국)지역 총괄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갈수록 진화하는 사이버 공격을 방어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고 중요하다”며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머신러닝 기반 대규모 텔레메트리(원격분석)를 적용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더한 획기적인 보안·네트워크 솔루션으로 글로벌 강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공격 지능화…구글 등 빅테크와 경쟁
업계에선 연매출 580억달러(약 76조원)에 달하는 시스코의 변신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시스코는 최근 5~7년간 보안·네트워크 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다. AI 경쟁력을 키우면서 보안 사업을 키우려는 목적이다. 지난 9월엔 데이터 및 보안 플랫폼 기업 스플렁크를 280억달러(약 37조원)에 인수했다.시스코는 AI를 결합한 보안 솔루션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봐서다. 2027년엔 270억 기기가 연결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결되는 기업 생태계엔 보안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전 세계 네트워크 디바이스에 랜섬웨어 공격은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고 시스코 측은 전했다. 지능화되는 사이버 공격만큼 AI를 활용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챗GPT와 연계한 AI 탐지 모델 개발 등이 시도되고 있다.
웨스트 사장은 구글의 생성 AI 보안 솔루션 ‘듀엣 AI’와의 경쟁에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경쟁하고 싶고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어느 기업의 어떤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안 솔루션으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구글 기반이든 AWS 기반이든 모든 형태의 기업 시스템에 최적의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지투 파텔 시스코 보안부문 총괄 부회장은 “주요 빅테크와 경쟁이 두렵지 않다”며 “네트워크 장비부터 쌓아온 연결성, 안전성을 보고 많은 기업이 우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AI를 활용한 사이버 보안 시장이 올해 244억달러(약 32조원)에서 2026년 382억달러(약 50조원), 2028년 606억달러(약 79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멜버른=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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