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사진)이 고층 단지 비율을 늘려 남산 조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한남 재개발 조합원이 요구한 남산 주변 고도지구 완화에 대해선 불가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동별 높이를 조정하는 유연한 설계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한남3구역이 이주를 개시한 데 이어 5구역이 정비계획 변경을 완료하는 등 일대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심의에서 한남뉴타운의 ‘90m 높이 제한’은 그대로 유지했다. 일부 획지의 높이를 부분적으로 조정해 유연한 개발이 가능하게 했다. 변경안에 따라 한남 5구역 건폐율은 기존 35%에서 30%로 줄었다. 건폐율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바닥면적 비율로, 이 숫자가 낮을수록 동 간 사이가 넓어 단지가 쾌적해진다.
구역 내 ‘7층 이하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7층 규제도 완화한다. 후면부 일부 동에 대한 7층 이하 규제를 풀어 12층으로 개발이 가능하게 했다. 건축물 동수는 66동에서 52동으로 줄고, 전체 공급 규모는 기존보다 5가구 늘어난 총 2560가구(공공주택 384가구 포함)로 조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변에서 남산을 향하는 전면부의 스카이라인은 낮추는 대신 후면부에 가려지는 건축물 높이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한남5구역은 용산구 동빙고동 60 일대로, 전체 부지는 18만3707㎡에 달한다. 강변북로와 맞닿아 있어 한강 조망권이 확보돼 있다. 평지가 많아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입지가 좋은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조합은 지난해 12월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완료하고 건축위원회 심의 신청을 앞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GS건설, DL이앤씨 등이 참여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남산과 붙어 있어 최고 높이가 90m로 제한돼 조합원은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서울시가 지난 6월 북한산과 남산 일부 주변을 포함한 고도지구 재정비안을 내놓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경관심의안에 따라 추가 높이 완화는 불가한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5구역과 마찬가지로 7층 이하 2종 일반주거가 상당히 포함된 4구역도 촉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반포대교 남단이나 한남대교 남단에서 남산의 7부 능선이 보이기 위한 최고 높이인 90m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별 높이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높이 기준 완화를 공언해 논란이 된 2구역도 추가적인 높이 완화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2022년 11월 2구역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90m인 높이 기준을 118m까지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겠다”고 제안했다.
높이 추가 완화 여부가 시세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일대 중개업 소의 설명이다. 한남5구역 기준 시세는 대지면적 3.3㎡당 1억5000만~1억9000만원에 달한다. 보광동 H공인 관계자는 “입지가 워낙 좋아 최근 3년간 큰 등락 없이 시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4~5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10대 건설사가 모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유정/황동진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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