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K팝 걸그룹 ‘블랙핑크’가 기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했다는 소식이 6일 전해졌다.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전날보다 25.63% 급등했다. 멤버 개인과의 계약은 진행 중이지만, 그룹으로서 활동은 함께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개인별로 수백억원의 계약금이 지급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를 놓고 ‘블랙핑크가 의리를 지켰다’는 평가도 있지만 의리 문제만은 아니다. 그랬다면 재계약이 수개월간 표류할 이유가 없다.
이번 재계약은 본질적으로 상표권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K팝 기획사들은 해당 그룹에 대한 상표권을 갖고 있다. 특정 그룹을 기획하고 이름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기 전에 국외 상표출원까지 마친다. 116개국에서 상표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마드리드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멤버 각 개인의 계약은 자유지만, 그룹명에 대한 상표권은 회사가 꽉 쥐고 있는 구조다. 상표권이 없다면 성공한 그룹 멤버가 해외 대형 소속사로부터 고액의 계약금을 받고 떠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거꾸로 블랙핑크 멤버들은 재계약하지 않으면 ‘블랙핑크’를 쓸 수 없다. 실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멤버들은 소속사를 모두 옮기면서 ‘브브걸’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이름표를 떼고도 자신이 지금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지 각자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음악·영상 관련 지식재산권(상표권·저작권 등 포함) 무역흑자는 3억4000만달러다. 전체 무역수지가 3억3000만달러였으니, K팝 덕에 흑자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K팝 업계는 이 같은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꾸준히 받아왔다. 하지만 상표권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고, K팝 지속 가능성의 근간이 되고 있다.
고윤상 한경텐아시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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