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안경률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사진)의 말에는 절박함과 안타까움이 잔뜩 배어 있었다. 지난해 7월 월드옥타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으로 추대된 안 원장은 2002년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의 전신인 국회 ‘해외동포무역경제포럼’ 발족을 주도했다. 지난달 박종범 월드옥타 신임 회장 취임 후 전직 회장단이 안 원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해 연임했을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부산 해운대에서만 내리 3선 국회의원(16·17·18대)을 한 정치인 출신인 안 원장은 “정부가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려면 월드옥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며 “지구 곳곳을 누비는 월드옥타의 경험이 정책에 반영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월드옥타가 ‘7대 경제단체’로 하루빨리 자리매김해야 한다고도 했다. ‘7대 경제단체 편입’은 월드옥타의 숙원 사업이다. 국내 경제단체들도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현장감을 갖춘 거시적인 안목에서 정부 정책에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존 대표 경제단체는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다.
안 원장은 최근 10여 년간 월드옥타의 위상이 기대만큼 높아지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경제 6단체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그 이후 뚜렷한 발전이 없었다는 것. 이명박 정부 시절 월드옥타가 중소기업의 수출 도우미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후 그 같은 인식이 약해졌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중기중앙회, 한국관광공사 등 기관과 용산 실무팀에 방문해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지원비 3억원 증액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월드옥타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제 국익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역사도 거듭 소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측면 지원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한·미 FTA와 한·유럽연합(EU) FTA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은 안 원장은 “당시 여러 사정으로 한·미 FTA가 비준을 못 하고 있던 상황에서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로부터 ‘미 상·하원에서 FTA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얘길 들었다”며 “촉진대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안 원장과 월드옥타 회원들은 워싱턴DC, 뉴욕, 로스앤젤레스(LA), 텍사스 등을 돌며 궐기대회를 열었다. 당시 주미 한국대사인 한덕수 국무총리도 참석했다. 안 원장은 “비준받기까지 미국에서 발로 뛴 ‘옥타맨’들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영화에 나오는 ‘할아버지 인턴’처럼 지혜를 공유하며 이웃을 돕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글=강경주/사진=이솔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