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모아 본격적인 상생금융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0개 보험사 CEO,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생명보험업권에선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농협생명 대표가, 손해보험업계에선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대표가 참석했다.
두 금융당국 수장은 보험회사가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는 동시에 상품과 판매 방식을 혁신하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보험계약자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만큼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주길 바란다”며 “국민 실생활의 위험을 적시에 보장할 수 있도록 보험상품 혁신과 건전한 판매채널 확충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도 “서민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보험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보험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며 “보험업계가 자체적인 상생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내실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회동은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에 이은 릴레이 간담회로 금융당국이 업권별 상생금융 방안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보험사 측은 간담회에서 “자체적인 협의를 통해 세부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는 크게 세 가지 상생금융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체 상생 상품 출시, 사회공헌 기금 출연,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이다. 규모는 1조원가량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보험료는 2~3%가량 내리는 게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모든 손보사가 자동차보험료를 2.5% 인하하면 5000억원가량의 상생금융 효과가 발생한다.
보험업계에선 상생금융이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하면서도 “국민을 상대로 이익을 냈으니 뱉어내고, 나름대로 상품을 혁신해 돈을 벌라”는 당국 메시지에 관해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반 고객과 가장 맞닿아 있는 상품으로 꼽히는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회사는 과잉진료 등으로 작년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자동차보험 역시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만 해도 ‘아픈 손가락’으로 불릴 만큼 만년 적자 상품이었다. 메리츠화재 등은 판매를 축소하거나 사실상 중단하는 ‘디마케팅 전략’을 펴기도 했다. 상품을 꾸준히 판매한 회사를 중심으로 흑자 규모가 커지자 정부에서 곧바로 강력한 인하 압박에 나선 것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보장 금액을 최대 100만원까지 올린 독감보험 등 비상식적인 상품을 내세워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영업하는 후진적 모습을 보이는 데엔 보험사의 책임도 크지만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 주요 상품으로는 이익을 낼 생각을 하지 말고 살길을 틈새시장에서 알아서 찾으라”는 금융당국의 태도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많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보험사가 낸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가장 밀접한 보험상품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경쟁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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