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진행되는 단지마다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줄다리기에 한창입니다. 지난 2년간 건설공사비가 150%나 폭등하면서 기존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분담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비례율마저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지지분율이 비교적 낮았던 개포동이나 구반포와는 다르게 1기 신도시나 택지조성 지구 내 노후 계획도시들은 10층 이상 고층이 많아 분담금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상계주공 5단지의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비를 과도하게 요구하자 시공사 선정 철회 조치를 취했습니다. GS건설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시공사를 선정하려고 해도 고금리에 건설공사비 등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이를 반영한 분담금 설정이 쉽지 않아 재건축 사업 전체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분담금 낼 돈 있으면 그 돈 보태서 주변에 더 큰 면적대 아파트로 벌써 이사 갔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분담금 내고 재건축해도 예전처럼 가치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작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노후 계획도시, 특히 1기 신도시의 경우 재건축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시의 빠른 복원을 위해 빠르게 신도시를 건설했습니다. 그렇다보니 모든 배관이 매립된 벽식구조 형으로 건설해 놓아 30년만 지나면 배관에서 녹물이 쏟아져 나오고, 층간소음도 벽을 타고 내려옵니다. 어떻게 해야 분담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요.
2년 전 중국에서 공사가 중단된 고층아파트를 폭파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폭약 4.6t(톤)을 사용, 14개 동을 동시에 폭파했는데 완전히 무너지는 시간이 고작 45초였다고 합니다. 지난 8월에는 튀르키에에서 폭발물 1.6t을 이용, 아파트 9개 동을 폭파 해체했는데 역시 빠르게 해체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내에는 이러한 기술이 없을까요? 1994년 11월에 남산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외인아파트 2동을 건립된 지 22년 만에 폭파 해체를 했습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건설기술연구원 등에서 개발한 폭파 해체 공법이 있고, 필요하면 중국업체의 기술을 빌려서 아주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도심지 내에서는 폭발에 의한 충격으로 주변 건축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한이 되지만, 1기 신도시처럼 단지로 구성된 아파트들은 폭파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폭파 해체', 즉 발파 해체 공법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발파 해체공법은 '중력'을 활용합니다. 저층부에 폭약을 설치해 수직 방향으로 해체가 되는 '단축 붕괴공법', 중앙 부분을 먼저 함몰시키는 '내파공법', 각 동을 차례로 안쪽으로 연쇄 붕괴시키는 '점진 붕괴 공법' 등이 있습니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배치나 주변 상황을 고려, 공법을 정하면 됩니다.
여러동이라고 하더라도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폭파가 되도록 하면 됩니다. 고층 콘크리트 구조물을 재래식으로 해체하는 것보다 시간과 경비는 확 줄이고, 주변 단지들도 장시간 소음과 분진, 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되레 환경 측면으로 안전할 수 있습니다.
일단 철거 기간이 확 줄어들면 고금리 상황에서 각종 비용에 대한 이자 부담이 줄어듭니다. 건축공사비 인상이 더 되기 전에 빠르게 착공을 할 수 있어서 공사비 또한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줄어든단 얘기입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인건비 또한 급증했습니다. 광주 철거붕괴 사고 이후 철거 현장에도 상주 감리를 둬야 하는 등 각종 철거 비용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택지개발지구 내 노후 아파트 단지들은 발파 해체 공법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가능한 한 빠르고 안전하게 철거할 수 있는 발파 해체 공법에 대해 지침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엔 여러 위험 요소가 있으므로 가장 안전하고 빠른 한국형 발파 해체 공법을 다시 검토해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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