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모주들 가운데 기관의 외면을 받았지만 개인들의 마음을 잡아 분위기가 극적으로 역전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도섹터의 부재로 갈 곳 잃은 투자자금들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부터는 기업공개(IPO) 기업의 상장일 주가 가격제한폭이 400%로 확 늘어난 점도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다만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로 제대로 된 분석 없는 투자는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한 새내기주 6개의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48% 올랐다. 에이텀(216.11%)과 케이엔에스(208.7%), 와이바이오로직스(160.56%), 교보스팩15호(145%), 삼성스팩9호(136%), 엔에이치스팩30호(20%)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들 종목 중 대부분은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는 부진했지만, 일반 청약에서는 선방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기관은 상장 당일 모두 차익실현 등에 나서 순매도세를 기록했고 그 물량은 고스란히 개인들이 받아냈다.
이달 첫 거래일인 1일 상장한 기술특례로 상장을 추진한 전기기기 업체 에이텀의 경우 에이텀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36.4대 1을 기록하는 등 흥행 부진으로 당초 공모가를 희망 범위(2만3000~3만원) 최하단을 밑도는 1만8000원에 확정했다. 하지만 일반 청약에선 최종 경쟁률 1622대 1, 증거금 2조3725억원을 기록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상장 첫날 에이텀은 장 초반 한때 공모가보다 230% 넘게 뛴 5만9500원까지 상승했다가, 1만2400원(68.89%) 오른 3만400원에 마감했다. 이날 투자주체별 수급을 보면 개인 홀로 441억원어치 샀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18억원, 38억원어치 팔았다.
지난 1~5일 사이 상장한 세 스팩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팩은 기업인수목적회사란 의미로, 비상장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설립한 서류상 회사다. 스팩이 상장된 뒤 3년 내 합병할 비상장사를 찾지 못하면 해산된다. 상장된 스팩은 합병을 위한 비상장회사를 찾는 역할만 하고 특별한 사업모델이 없다. 때문에 스팩 상장 후 주가 등락이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시가총액 규모가 작아서 합병 관련 설이 나도는 경우 주가가 크게 급등락하기도 한다.
엔에이치스팩30호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선 5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장중 한때 173% 가까이 급등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각각 경쟁률 819.05대 1, 54.61대 1을 나타낸 교보15호스팩과 삼성스팩9호 두 종목도 장중 160% 안팎까지 치솟았다. 공모가 2000원짜리 스팩이 단 번에 5000원대로 뛰는 이상현상이 연이어 나타난 것이다. 수급을 보면 전부 기관의 강한 순매도세를 개인이 막아낸 양상이었다.
항체신약 플랫폼사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있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226.89대 1을 기록해 다소 부진했다. 이에 희망 공모가 범위(9000~1만1000원)의 최하단인 9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하지만 상장일인 지난 5일에는 장중 최고 164%대 상승률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공모주 시장에선 기관이 선호하는 기업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선호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기관이 보수적으로 다가간 '스팩'이 개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에서 주도섹터가 없는 탓에 투자자금이 기업·사업가치를 불문하고 흘러들어가고 있단 분석을 내놓았다. 투자자들은 공모가격의 할인폭과 향후 상장 이후 주가 상승여력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이달 상장한 공모주들을 보면 기관들은 외면하고 개인들의 매수세만 집중되는 모양새"라며 "스팩들마저 급등하는 것을 보면 기현상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가치를 따져보지 않고 공모주마다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건 비이성 투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고변동성의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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