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이 헬스&뷰티(H&B)스토어 올리브영 판촉 행사를 벌이면서 경쟁사인 랄라블라(GS리테일)·롭스(롯데쇼핑) 등은 동일 품목으로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납품업체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CJ올리브영의 H&B 시장 독주 이면에는 이러한 ‘행사독점 강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업체들에 대한 CJ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8억9600만원 부과, 법인 고발 조치를 한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2019년께부터 올리브영 판촉 행사 ‘파워팩’과 ‘올영픽’(이상 1개월 단위로 각각 매장 내 노출 효과가 가장 높은 매대와 다음으로 높은 매대에 상품 진열·행사)을 진행하는 달과 전 달에는 경쟁사가 동일 품목으로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납품업체들을 압박했다.
올리브영 판촉 행사에 할인가로 선보이는 제품들을 랄라블라·롭스 등 다른 H&B스토어에선 같은 가격에 구입하지 못하게끔 한 것이다. 경쟁에서 밀린 랄라블라와 롭스가 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올리브영의 H&B 시장 입지는 한층 탄탄해졌다.
CJ올리브영은 또 판촉 행사 명목으로 납품가를 낮춘 뒤 행사 종료 이후엔 정상가에 판매하고도 차액을 납품업체에 돌려주지 않았다.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이 이 같은 갑질(정상 납품가격 미환원 행위)로 8억원가량 부당 수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7~2022년 납품업체 의사와 상관없이 자사 전산시스템을 통해 상품 판매 관련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순매입액의 1~3%를 ‘정보처리비’ 명목으로 받은 것도 문제 삼았다.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의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해당 여부를 심의했으나 이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될 경우 해당 기간 매출액의 부과 기준율에 따라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단 전망까지 나왔으나, CJ올리브영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공정위는 “경쟁사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업체에 광고비 인하, 행사 참여 보장 등 혜택을 제공한 CJ올리브영의 ‘익스클루시브 브랜드(EB) 정책’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배타조건부거래)에 해당하는지 심의한 결과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화장품 선호가 빠르게 변하면서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 간 경쟁구도가 심화되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CJ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CJ올리브영 측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은 공정위 조치에 대해 “중소기업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유통 플랫폼 육성 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문제가 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이다. 향후 모든 진행 과정을 협력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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