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이나한 대학생기자] 서대문구는 오랫동안 청년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했다. 신촌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이 밀집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발판 삼아 이곳은 청년들이 자신의 꿈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됐다. 신촌문화발전소 역시 청년들의 꿈을 지원하는 곳이다. 신촌역 4번 출구에서 표지판이 가리키는 골목을 따라가면 찾을 수 있는 이곳은 청년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이다. 지난달 17일, 신촌문화발전소를 이끄는 이들을 만나 문화발전소가 어떻게 청년들을 돕고 있는지 들어봤다.
창작과정과 공간을 지원하며 청년 문화예술인을 돕는 신촌문화발전소
“신촌문화발전소는 서울시의 유휴지를 시민들에게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라는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졌어요.”
신촌문화발전소는 바람산 중턱 장비 보관창고로 활용됐던 유휴 공간을 시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재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6월 개관했다. 서울시의 시비로 건립됐으며, 현재 서대문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홍은지 신촌문화발전소 소장은 ‘신촌문화발전소’라는 이름이 생긴 배경에 대한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발전의 의미가 (동력을 일으킨다는 의미의) 발전(發電)일지, (더 나아지게 만든다는 의미의) 발전(發展)일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이곳에서 청년들이 자가 발전하는 동력을 얻고 자기 계발을 통해 발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촌문화발전소가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하는 분야에는 ‘창작과정지원’과 ‘공간지원’이 있다. 먼저, 창작과정지원 부문에서는 동시대 의미 있는 주제 의식을 가진 작품들을 발굴해 청년 예술인들의 작품 제작비, 공연장, 홍보, 아카이빙을 지원한다. 김안나 매니저는 “이 중에는 초연이거나 실험적인 공연들도 많다”며, “작품의 창작과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문화예술 연계 강좌 <창작자의 공구함>을 통해 글쓰기부터 피지컬 컴퓨팅 등 청년 예술인들의 발전을 위한 수업과 워크숍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 외 대관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공연장을 이용할 수 있다.
신촌문화발전소는 6개의 층이 수직으로 구성된 형태로, 각 층에서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다. 1층 로비, 4층 테라스, 계단 통로, 카페와 더불어 야외에서까지 전시가 진행된다.
2층에 있는 ‘스튜디오 창’은 창작활동을 기획하고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 회의 및 발표 공간으로 활용된다. 3층에 있는 ‘카페 바람’에서는 다과를 즐기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하 공연장에서는 청년 예술가들의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진다. 공연장은 약 50명의 관객이 수용 가능하다.
잠깐의 예술 경험이 주는 휴식 같은 시간
“청년 예술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도 여러 방식으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세부적인 운영 정책을 설정해 놓고 있어요.”
신촌문화발전소는 야외 전시물이나 계단, 유리창, 로비 등 자투리 공간들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문화발전소를 이용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잠깐의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워킹스루 갤러리(Walking-through Gallery)’다. 야외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전시물은 문화발전소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워킹스루 갤러리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사람들이 전시 공간을 찾기 어려워진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당시 문화발전소는 휴관과 운영 재개를 반복하며 사람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제공할 방법을 고민했고, 내부 공간에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길거리를 지나가며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이때 건물의 유리벽 안쪽에도 현수막 형태의 작품들을 걸어 행인들이 위로를 얻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홍 소장은 “문화발전소 화단 턱에 앉아 조형물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예술적 체험이란 것이 거대하지 않더라도 휴식 같은 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워킹스루 갤러리를 진행하는 이유를 밝혔다.
다양한 기획 전시·공연과 할인 혜택
현재 신촌문화발전소에서는 기획 전시 ‘가동하는 이미지-교차하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청년 기획자 3명이 공동 기획한 해당 전시는 삶의 단편적 재현에 그치지 않고 감각과 사유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전시를 담당하는 한보미 매니저는 “전형적 형태의 전시 공간이 아니다 보니 공간 특성을 살린 전시물들이 많아 흥미롭다”며, “1층부터 4층에 걸쳐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신촌문화발전소는 12월, 이번 연도의 마지막 기획 공연인 ‘오늘의 희곡’도 준비 중이다. 올해가 3번째 공연인 ‘오늘의 희곡’은 해마다 문화발전소가 발굴한 청년 작가 2명이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다. 홍 소장은 “기획 공연을 통해 신인 작가들이 작업을 이어 나가고 의미 있는 예술상을 받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여 보람차다”고 말했다.
신촌문화발전소를 이용하는 서대문구 주민과 서대문구 소재 대학생들은 관람료의 50%를 할인받을 수 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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