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7일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지난 10월 26일 출범한 지 42일 만이다. 당초 예정됐던 활동 종료 시점(24일)보다 보름가량 일찍 문을 닫았다.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빈손으로 해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열린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우리는 50%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그간 발표한 청년 공천 확대, 현역 의원 20% 컷오프, 과학계 인사 중용 등의 혁신안은 오는 11일 지도부에 보고된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을 종료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며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개각을 일찍 단행해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했다. 이어 “김기현 대표에게 감사드린다”며 “정치가 얼마나 험난한지 알아볼 기회를 줘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을 추스르고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출범했다. 김 대표가 “전권을 부여했다”고 했지만 혁신위의 중진 의원들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에 당 지도부가 침묵하며 동력을 잃었다. 정치권에선 혁신위의 제안 중 제대로 관철된 것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혁신위 1호 안건인 징계 취소는 당 지도부가 의결했지만 당사자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반발하며 반쪽으로 남았다.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 등은 총선기획단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미 6월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식까지 해 동어반복에 그쳤다. 이 같은 비판에 정해용 혁신위원은 “어제 김 대표가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을 공천관리위원회 등 여러 절차를 통해 녹여내겠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하지 않기 위해 만든 기구가 혁신위”라며 “애초에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면피용으로 출발했고 총선 전까지 시간을 벌었으니 김 대표가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혁신위가 최고위 의결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안건들을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당과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었던 거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