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점수를 받은 현역 의원에 대해 내년 총선 경선에서 페널티를 강화하고, 내년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당헌을 고쳤다. 비명(비이재명)계는 개딸(개혁의 딸) 등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키워 친명(친이재명) 체제를 굳히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 면전에서 “민주당이 나치를 닮아가고 있다”(이원욱 의원)는 강경 발언까지 나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과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정안은 내년 총선 경선에서 현역 의원이 하위 10%의 평가를 받았을 경우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높이는 내용이다. 하위 10%에 들어가면 공천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또 다른 개정안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영향력은 대폭 축소하는 대신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지금보다 3배가량 높이는 게 핵심이다. 현재 대의원의 한 표는 권리당원 50~60표에 해당한다. 당헌 개정으로 이 비율이 1 대 20 미만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과 친명계 원외 인사들은 권리당원 영향력 확대에서 나아가 아예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
대의원 영향력을 축소하고 권리당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역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당내 입김을 키우는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비주류·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직접 민주주의가 정치권력과 결합할 때 독재 권력이 됐다”며 독일 나치 정권을 그 사례로 들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가려는 꼴이 바로 그 모습”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의원의 주장을 단상 바로 앞줄에 앉아 직접 들었고, 한 중앙위원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항의했다.
역시 비명계인 홍영표 의원은 ‘대의원제 축소는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것이어서 추진한다’는 조정식 사무총장 발언에 “혁신위 1호 안건이 불체포특권 포기였다. 이 대표부터 그렇게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이뤄진 당헌 개정으로 친명·비명 간 계파 갈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 측면에서 당원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는 민주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당헌 개정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SNS에 “대의원 표의 등가성을 맞추는 것은 평등선거에 관한 문제”라며 “표의 등가성을 맞추면 직접 민주주의가 되는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고 썼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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