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7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017년부터 그룹을 이끌어오던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4명의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 자리에 오르는 등 50대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2016년 말 인사에서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한 지 7년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에 나선 것이다.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엔무브 SK온 SK실트론 SK㈜ 머티리얼즈 등 그룹의 7개 주력 계열사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새 CEO를 선임했다.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이 SK㈜ 사장을,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SK이노베이션 사장을 맡는다. 오종훈 SK에너지 P&M(플랫폼&마케팅) CIC(컴퍼니인컴퍼니) 대표는 SK에너지 사장,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은 SK온 사장,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은 SK실트론 사장에 선임됐다.
SK㈜ 머티리얼즈 사장엔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 SK엔무브 사장엔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보임됐다. 김양택 사장만 40대며, 나머지는 모두 50대다.
SK그룹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라며 “부회장들은 그룹 안에서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 등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조대식 의장은 SK㈜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하고, 장동현 부회장은 SK㈜ 부회장을 유지하면서 SK에코플랜트의 각자대표를 맡는다. 김준 부회장과 박정호 부회장도 대표는 떼고 부회장직만 유지한다.
올 10월 ‘서든 데스’ 위험을 언급한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일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경영진에도 또 젊은 경영자한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필요하다”며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중복 투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 조직도 바꿨다. SK그룹에선 SK㈜, SK E&S, SK가스, SK에코플랜트, SK에코그린 등이 각각 수소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투자 기능 중복 문제를 지적했다.
그동안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나뉘었던 투자 기능을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모두 SK㈜로 이관한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인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옮긴다. SK그룹은 “지주회사 본연의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강화해 관계사들의 기업가치 제고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투자회사인 SK스퀘어는 투자 성격에 따라 구분해 관리하기로 했다. 기존 단일조직을 반도체를 중심으로 신성장 영역 투자를 담당하는 ‘CIO 그로스’와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자산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CIO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나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반도체 등 핵심 분야의 투자 전문성을 높이고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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