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젊은이는 수도권으로 떠나고, 수도권은 교육,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출산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방정부가 스스로 일자리를 마련하고, 교육 인프라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7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은 단순히 지역을 지원하는 ‘톱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에 넘겨주고 스스로 발전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정책은 인구 분산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수도권 자원을 억지로 내려보내는 대신 지역 스스로 고유한 특성을 살려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연고 구단을 유치할 때처럼 특정 기업을 겨냥해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겠다는 제안을 먼저 던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대한민국 제2 도시’로서 부산의 위상을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기에 정부가 온 힘을 다해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과 부산을 축으로 전라, 충청, 강원 지역 거점들이 세계적 메가시티가 돼야 하고, 흘러넘치는 나머지 자원을 지방으로 보내는 게 진정한 균형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균형발전과 역활성화에선 인구 개념이 중요하다. 일본은 개인이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지역의 인구로 포함하는 ‘관계인구’ 정책을, 독일은 주 거주지 말고 부(副) 거주지도 법률적으로 등록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장관=행안부도 올해부터 한 달 3시간 이상 머무르는 사람을 ‘생활인구’로 정의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머무르는 목적과 유형을 밝히면 소멸위기 지자체가 인구 유입 정책을 펼 수 있다. 생활인구 규모에 따라 내려보내는 교부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황태인 토브넷 회장=‘한 달에 3시간만 머무르면 생활인구’란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
▷이 장관=생활인구 3시간의 근거가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이런 기준으로 시작해 보려는 것이다. 신용카드 정보 등을 활용해 파악해 볼 수도 있다.
▷황 회장=지방소멸대응기금, 지역활성화투자펀드는 효율적 집행이 관건이다.
▷이 장관=동감한다. 지방을 지원할 땐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연 1조원씩 10년간 배정될 텐데, 이것으로 89곳의 인구소멸지역을 다 살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A~D등급을 나누어 A등급에는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B~D등급은 덜 줄 계획이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지방시대’ 정책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다툼으로 비쳐선 안 된다. 수도권에도 낙후한 곳이 많다.
▷이 장관=120% 공감한다. 인천 안에서도 소멸위험지역이 많고, 행정구역상 인천인 서해 5도의 경우 수도권으로 혜택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풍요 속 빈곤’이 없는지 살피겠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의사결정권자와 고위공직자는 여전히 서울을 선호한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가 지방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방에 의료기관을 확충하는 등 타깃형 정책이 필요하다.
▷이 장관=좋은 제안이다. 연구해 보겠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인구, 저출산 문제 컨트롤타워가 분명하지 않다. 여성가족부를 인구가족부로 바꾸어 대응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장관=여가부, 보건복지부, 행안부, 국토교통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그중 어디가 컨트롤타워냐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확한 지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주무 부처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조일훈 논설실장=달빛고속철도 예비타당성 면제에서 보듯 지방재정은 자율적 통제가 어려운 구석이 많다.
▷이 장관=대규모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때를 놓치는 사례도 많아 운용의 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조 실장=학령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지방정부가 교육재정으로 교육청에 넘겨주는 돈은 줄지 않는다.
▷이 장관=지방 교육재정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배분해 다소 풍족한 건 사실이다. 학교폭력 대책에 활용하는 방안 등 기획재정부, 교육부와 함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배경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행정 전산망 마비가 발생한 데는 네트워크 장비의 노후화와 불필요한 데이터를 지우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습관이 영향을 줬다고 본다.
▷이 장관=지적한 대로 저장장치 문제도 이번 장애의 원인 중 하나였다.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기후 위기, 전산망 마비와 같은 사회·자연재난 파급이 커졌다. 잠재 재난에 대비하는 싱가포르의 ‘국가위험관리시스템(RAHS)’과 같은 범정부 포럼을 설치하면 어떨까.
▷이 장관=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지금까지의 재난 대응은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네 단계로 이뤄졌다. 앞으론 예방 이전에 벌어질 재난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 재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하면 된다. 안전의식과 문화도 중요하다. 어릴 적부터 배우도록 안전 체험관을 전국에 짓고 있다.
▷장 교수=우리가 대비해야 할 신종 재난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장관=전기자동차 화재, 점차 규모가 커지는 기후재난을 꼽을 수 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도 과거 압사 사고와 유형이 달랐다. 경찰이 개입할 근거가 마땅찮았다. 이를 계기로 사람이 너무 몰리면 경고가 뜨는 인파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전국 54만 개의 CCTV도 2027년까지 전부 위기상황을 신속하게 감지하는 ‘지능형 CCTV’로 바꾸려고 한다.
김대훈/최해련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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