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미술품 토큰증권(ST)이 이달 발행을 앞둔 가운데 ST 공모 참여자가 작품 매입가액의 약 1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 매입에 수반된 비용만 이 정도이기 때문에 매각 때도 비슷한 비용이 든다고 가정하면 작품 가격이 20%는 올라야 투자자가 본전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필요경비를 제외한 양도소득에 세금이 22% 부과되고, 미술시장이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점도 변수다. 미술품 ST 투자자가 '익절(수익을 보고 매도)'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이들 ST 발행사는 증권신고서의 '투자자가 부담하는 총수수료' 란에 "발행 및 운영수수료 없음"이라고 표기했다. 다만 추후 작품을 매각하는 데 성공해 발행했던 ST를 청산할 때, 작품 매각가가 모집총액의 108%를 초과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 20%의 성과보수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대로라면 작품 가격 상승분 8%까지는 수익이 모두 투자자에게 귀속되고, 8% 초과 상승하는 경우 이 구간 수익금의 80%가 투자자 몫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각가가 얼마인지와 상관없이 적잖은 수수료가 부과된다. 운영비 성격의 '기타 수수료'가 모집총액에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SOTWO가 매입한 워홀 작품의 모집총액 7억원을 세부적으로 보면 작품 가격은 6억2623만원이고, 이 가격의 11.8%인 7377만원은 기타 수수료다. 여기에는 작품 감정료, 계좌관리 수수료, 보관료 등이 포함된다. 이를 '투자자가 부담하는 총수수료'에는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트앤가이드와 아트투게더의 ST 모집총액에도 각각 작품 가격의 10.0%, 8.0%가 기타 수수료로 포함돼 있다. 이는 개인이 별도의 약정 없이 국내 경매사를 통해 미술품을 샀을 때 부과되는 수수료 16.5%(부가가치세 포함)보다 저렴하지만, 투자상품으로서 주식 등 다른 유가증권 대비 좋은 조건은 아니다.
이 수수료는 작품 매입에 대해 부과되는 비용이고, 추후 매각할 때 별도의 비용이 다시 한번 부과될 수 있다. 국내에서 경매를 통해 작품을 매각하면 낙찰가의 11%(부가가치세 포함)를 수수료로 내는 게 보통이다. 작품을 살 때와 팔 때 부담하는 수수료를 모두 합치면 작품 가격 상승분이 20% 정도는 돼야 매매 수수료를 내고 투자자가 본전을 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술품은 감정료, 보관료, 운송료 등 거래에 수반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미술품 거래로 투자 수익을 올리는 건 대세 상승장이 아닌 이상 녹록지 않다"며 "안정적인 가격 상승률을 보이는 '블루칩 작품'은 거래 시장이 워낙 폐쇄적이기 때문에 조각투자의 기초자산으로 이를 매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미술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미술정보포털 아트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현대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2022년 7월~2023년 6월 23억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7월~2022년 6월 27억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급격하게 조정을 받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쿠사마와 워홀의 작품 가격이 최근 주춤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쿠사마의 호박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1호 작품은 지난해 3월 일본 마이니치옥션에서 66만2968달러에 팔렸고, 이후 하락해 최근에는 40만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에는 영국 크리스티스에서 최고 낙찰가의 반값도 안 되는 31만5578달러에 매매됐다. 워홀의 달러 사인 8호도 2021년 11월 19일 영국 소더비스에서 75만달러에 거래됐고, 최근에는 40만달러 선에서 가격대가 형성됐다. 지난 6월 28일에는 소더비스에서 16만4394달러에 팔렸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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