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中 근무 직원에 "집 밖으로 나오지마" 경고한 까닭

입력 2023-12-08 07:09   수정 2023-12-0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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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 전에 중국 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당국의 보복성 구금 및 강제 조사를 당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디스는 중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 전에 베이징과 상하이 지사의 비(非) 관리부서 직원들에게 "되도록 사무실로 출근하지 말라"며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무디스는 홍콩 지사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중국 본토 출장을 일시적으로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 국가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가 이런 조처를 한 이유는 중국 당국의 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은 미국계 컨설팅업체 및 회계법인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반간첩법(방첩법)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무디스 중국 지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FT에 "(회사는) 우리에게 재택근무의 명분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 이유를 지레짐작하고 있다"며 "(우리도) 중국 정부의 강제 조사가 두렵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3월 미국 기업실사 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실을 기습 단속했다. 중국인 직원 5명을 구금한 데 이어 7월에는 승인 없이 대외 관련 통계조사를 했다는 혐의로 벌금 150만달러(19억8천만원)를 부과했다. 민츠그룹은 미국 등의 제재 대상인 신장위구르산 제품과 관련해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도 4월 상하이 사무소 직원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또 뉴욕과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캡비전이 외국 단체의 간첩활동을 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22V리서치의 마이클 허슨 애널리스트는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이 외국 기업을 탄압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며 "이번에도 중국 당국이 무디스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가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 정부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과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무디스의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중국의 경제기획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무디스가 중국 경제에 대해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부처가 무디스를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내자 보복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는 모습이다. 무디스의 한 관계자는 FT에 "중국 당국이 제기한 지적 중 일부에 타당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6일 홍콩, 마카오 및 중국 국영기업과 국영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다.

전날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무디스는 "홍콩과 마카오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따라 중국과 긴밀한 정치적, 제도적, 경제적, 재정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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