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하락에 서울 강남권도 하락거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 단지에선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단지는 3개월 새 2억원 이상 가격이 오르는 등 주변과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여의도 내 대규모 재건축에 따른 인프라 개선 기대감에 더해 서울 내에서도 ‘상급지 갈아타기’가 활발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자이 전용 210㎡는 최근 39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8월 같은 크기가 36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3개월 사이에 2억3000만원 더 오른 셈이다. 같은 단지 전용 148㎡도 지난 9월 29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4월 거래가(24억원) 대비 5억원 이상 상승했다.
인근 여의도한양도 지난달 전용 109㎡가 22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6월 19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억9000만원 가격이 상승했다. 같은 단지 전용 149㎡는 지난 4월 21억원에 거래되며 재건축 소식에도 가격 하락을 못 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지난 6월엔 24억, 7월엔 26억3000만원에 다시 거래되며 집주인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여의도대교 전용 133㎡도 지난달 25억원에 거래되며 2개월 새 4000만원 상승했다. 2021년 1월 같은 크기는 21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재건축 기대감에 다시 거래가 재개되며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의도는 지난 3개월 사이 신고가 경신 사례만 21건에 달한다. 같은 시기 서초구 방배동(18건)이나 반포동(13건), 강남구 대치동(17건)보다도 많다.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어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큰 데다가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라 상급지인 여의도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하급지 주택을 매도하고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활발하다”며 “여의도는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연이은 신고가 기록이 과장됐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매매가 이뤄진 신고가 거래도 평균 호가보다 크게 낮은 ‘급매’라는 설명이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금 나온 매물 평균 호가에 비하면 크게 낮은 가격”이라며 “여의도자이 역시 같은 크기 매물이 40억이 넘는데, 높은 가격에 내놓은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매매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첫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0.00%) 대비 0.01% 떨어지며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5월 셋째주(-0.01%) 이후 29주 만이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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