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마크 켄트 스카치위스키협회(SWA)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을 겪으면서 주류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펜데믹 기간 중 위스키 소비층이 다변화돼 예전과 같은 일관된 흐름을 보이진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켄트 회장은 주베트남·태국·아르헨티나 영국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출신이다. 그는 “외교관 시절부터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만들 땐 항상 위스키를 마셨다”며 “코로나19 기간 음주 문화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에서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것으로 빠르게 바뀌며 위스키 시장이 커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위스키 시장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 봤다. 켄트 회장은 “지난해 가정과 바에서 위스키 재고를 채워두려는 수요가 폭발해 위스키 시장이 큰 폭의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올해는 프리미엄 위스키의 성장세가 작년과 비교해선 주춤할 수는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점진적인 성장세는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켄트 회장은 스코틀랜드와 위스키의 관계를 잉글랜드와 프리미어리그(EPL)의 관계에 비유했다. 그는 “EPL은 잉글랜드의 프로축구 리그지만 그 안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전 세계에서 왔다”며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위스키를 먹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작은 증류소까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위스키 열풍을 타고 지금까지도 스코틀랜드 곳곳에 위스키 증류소가 생겨나며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형 위스키 브랜드의 공세에도 스코틀랜드의 중소 증류소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온라인을 통한 주류 판매를 꼽았다. 그는 “영국의 경우 주류의 11%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데,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선택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며 그동안 모르던 중소형 증류소를 쉽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에선 온라인으로 한국 소주를 살 수 있는데 정작 한국에선 한국 소주를 인터넷으로 주문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국제개발협력지구(OECD) 회원국 중 폴란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주류 통신 판매를 금지한 국가다. 국세청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르면 일반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막걸리 등 지역주·전통주에 한해서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미성년자 음주 방지 위한 실질적 규제가 부재하다는 게 이유다.
켄트 회장은 이에 대해 “미국, 호주, 많은 유럽 국가들이 온라인 주류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주류 판매 등은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연령 제한은 정부와 민간 영역이 협력하고 자발적인 마케팅으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영국에서도 온라인 주류 판매가 시작된 이후 국민들의 음주량이 늘어나는 경우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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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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