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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를 급격히 늘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각국 중앙은행이 곧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며 채권 수요가 늘어나자 회사채 발행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투자자들의 위험 민감도도 감소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활성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서 미국과 유럽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지난달 246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10월 회사채 발행 총액에 비해 57% 증가한 수치다. 올 1~10월 월간 발행 평균값보다 160억달러가량 웃도는 금액이다.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 발행 행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인산염 생산업체 모자이크, 통신 타워 운영업체 크라운 캐슬 등 투자적격등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키네틱홀딩스, 자동차 캐피털 업체 크레딧 어카운트먼트 등 투기 등급을 받은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 절차를 밟고 있다.
시장에선 회사채 물량이 11월에 쏟아지는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당초 기업들은 지난 10월 말까지 회사채 발행을 주저하던 입장이었다. 미 중앙은행(Fed)이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차입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들이 기존 회사채 만기가 임박해도 재융자(리파이낸싱)를 연기하기도 했다.
웰스파고의 하이일드 채권 담당자인 모린 오코너는 "10월에 비해 채권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회사채 공급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채권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의 채권 수요는 좀체 줄어들지 않는 양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7일 미국 투자 등급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연 5.52%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 정크본드 평균 수익률은 연 8.4%로 집계됐다. 7월 이후 최저치다. 회사채 수익률이 낮아질수록 회사채 가치는 증가한다.
투자자들이 국채보다 위험한 금융상품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며 나타난 결과다. FT에 따르면 투자 등급 회사채 수익률과 미 국채 금리 간 차이는 1.1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수익률은 국채 금리에 위험 프리미엄을 가산해서 결정된다. 투자자의 위험 민감도가 낮아지면서 프리미엄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회사채 발행 행렬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회사채가 단기간에 급증한 탓에 외부 충격이 발생하게 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티그룹의 채권 투자 책임자인 리차드 조게브는 "시장에는 지정학적 위험 등 아직 제거되지 않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연착륙을 마냥 낙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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