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인 A씨는 B씨와 혼인해 아들 C를 두었습니다. 그런데 A씨가 같은 대학에 근무하는 여교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을 B씨가 알게됐습니다. 이후 A씨와 B씨는 이혼을 했습니다.
A씨는 초등학교 동창모임에서 만난 X씨와 2004년부터 친밀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부터는 A씨의 집에서 X씨와 동거하면서 사실혼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에 A씨가 등산모임에서 만난 Y녀와 내연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X씨가 알게됐습니다. X씨는 A씨와의 사실혼관계를 끝내기로 마음먹고 2021년 9월에 A씨를 상대로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청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소송 도중이던 2022년 11월. A씨가 새벽 운동을 하던 중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X씨는 A씨가 남긴 상속재산(15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5억원가량의 금융재산 등)에 대해 어떠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우선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했기에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을지가 문제됩니다. 그러나 상속권이 인정되는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습니다. 따라서 X씨는 A씨의 상속인인 아들 C를 상대로 상속재산을 분할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입법론으로서는 몰라도 현행법의 해석상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헌법재판소 2014. 8. 28. 선고 2013헌바119 결정)
부부재산에서 청산의 의미를 가지는 재산분할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됩니다. 이는 사실혼관계에도 적용됩니다. 따라서 사실혼관계를 해소하는 경우에는 이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실혼 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다만 법률혼의 경우에도 이혼이 성립해야만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혼의 경우에도 일단 그 사실혼관계가 종료해야만 재산분할청구권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과 같이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재산분할청구소송을 하는 도중에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어떨까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실혼관계는 사실상의 관계를 기초로 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의 파기로 인하여 공동생활의 사실이 없게 되면 사실혼관계는 해소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 2. 9.자 2008스105 결정) 따라서 이 사건에서 X씨가 A씨를 상대로 사실혼관계의 파기를 주장하며 재산분할청구를 한 이상, 사실혼관계는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사건에서의 또 다른 문제는, 재산분할청구소송 도중에 상대방이 사망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사망한 A씨의 재산분할의무가 상속인인 아들 C에게 승계될까요? 이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실혼관계가 해소되었더라도 X씨는 재산분할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사실혼관계가 해소되어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는 사안에서, 재산분할심판청구 이후 일방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그 상속인에 의한 소송승계를 허용했습니다. (대법원 2009. 2. 9.자 2008스105 결정) 어떤 소송에서 상속인에 의한 승계를 허용한다는 것은 그 소송의 대상인 권리의무에 대한 상속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X씨는 A씨가 사망했더라도 아들인 C에 대한 소송승계를 신청해 결국 C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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