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HUG 자본금 3조원 이상 확충 나선다…신규 보증 중단 막는다

입력 2023-12-08 15:25   수정 2023-12-08 15:37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한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3조원 이상의 자본금 확충을 추진한다. 빨간불이 켜진 재무 건전성을 개선해 전세보증보험 뿐만 아니라 분양 보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조치다.

8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HUG의 자본금을 3조원 이상 확충하기 위해 현금 출자 뿐만 아니라 현물 출자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움직임이다. 개정안은 HUG의 법정자본금(정부 등 주주가 출자한 자본금) 한도를 현재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고, 보증 발급 한도를 자본금의 현재 70배에서 90배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정부가 HUG에 출자한 법정자본금은 약 3조4000억원으로 현재 한도 5조원을 기준으로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자본금은 1조60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올해 정부 예산에는 3889억원이 책정돼있으며 내년 예산안에는 7000억원이 계획돼있다. 합치면 1조889억원이 확충될 예정이다.

최근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HUG의 손실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부족한 규모다. HUG에 따르면 전세 사기로 보증금을 떼인 세입자에게 집주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돌려주는 '대위 변제액'은 올 들어 10월말까지 2조7192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연간 3조190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HUG가 일단 보증금을 돌려주고 추후 경매와 소송 등을 통해 회수하는 작업을 진행하겠지만 3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는 잠재적 손실로 잡힌다. 지난 상반기 순손실은 1조3281억원에 달하며 일각에서는 연간 순손실이 3조40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HUG 자본금이 지난해 말 기준 6조436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손손실이 3조4000억원 이상 발생할 경우 이를 반영한 연말 기준 자본금은 3조원을 밑돌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연말 결산이 발표되는 내년 3월 이후 HUG의 신규 보증 업무가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HUG가 맡고 있는 전세보증보험 등 개인보증 업무뿐만 아니라 건설사·시행사 등 주택사업자를 위한 분양보증을 비롯해 부동산 PF 보증 등 기업보증까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0일나 28일 열릴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돼야 한다. 법안 통과 이후 정부의 자본금 추가 확충이 이뤄질 수 있으며 보증 발급 한도를 확대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도 필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 자본금 확충과 보증 발급 한도 확대는 최소 3개월 이상 걸린다"며 "이같은 절차들을 빨리 이행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법안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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